‘1억 손해’ 봤지만, 법원 “시세조종 알면서도 편승” 지적
검찰, 항소심 쟁점 검토해 와···불기소 시 형평성 논란
대통령실 “관여·가담 안 해” 입장···특검 여론 비등할 수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아무개씨가 시세조종 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같은 판결이 나옴에 따라 김 여사 명의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돼 전주 의혹이 불거진 김 여사의 사법처리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12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벌금 5억원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시세 조정 행위로 상당한 이익을 취하는 등 큰 책임이 있는데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질책했다.
권 전 회장 등은 2009년~2012년 주가조작 선수와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과 함께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2000원에서 8000원으로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특히 재판부는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자신과 아내, 회사의 명의 계좌 총 4개를 이용해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하고 대량매집행위를 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손씨가 주가조작에 100억 원대의 돈을 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씨는 ‘주포’ 등이 도이치 주식에 관해 시세조종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편승해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며 “그에 따라 주식 시세가 증권시장의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지 않아 선의의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하고 손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손씨가 공동정범은 아니어도 주가 조작 사실을 알면서 자금을 대 이를 묵인한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김 여사 명의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1심 판단을 검찰도 외면할 수 없게 됐다는 부분이다. 1심은 김 여사 명의의 계좌 2개가 주가조작 범행에 활용됐다고 봤다. 김 여사가 2008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보유했고, 권 전 회장에게 소개받은 이아무개씨에게 자신 명의 계좌의 주식매매를 위탁해 이씨가 매수주문을 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김 여사 명의의 계좌인 A증권 계좌는 13차례, B증권 계좌는 35차례 범행에 활용됐다고 판단됐다. 당시 1심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대해 ‘포괄일죄’를 일부 인정한 점도 김 여사 연루 의혹에 영향을 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총 5단계에 걸쳐 이뤄졌는데, 재판부는 1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2010.10.21~2012.12.7)의 범죄를 한 개의 범죄, 즉 포괄일죄로 판단했다.
또 손씨의 경우 1억원 정도 손해를 보았으나, 김 여사와 그의 어머니는 20억원 수준의 이익을 봤다고 알려졌다. 다만 1심은 김 여사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손씨의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검찰의 김 여사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여사에게 최소한 방조 혐의를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이른바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해 왔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항소심 결과가 김 여사 사건 처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재판의 법리상 쟁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관상 유사한 의혹을 받는 피의자가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에서 만약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다면 형평성 논란 및 야당을 중심으로는 특검 추진 등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