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인위적 조작 통한 시세 형성 고의 없어”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등도 혐의 전면 부인

지난 7월 22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2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관련 첫 공판에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도 재판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했다.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위원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된 지 약 한달 만에 첫 재판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SM 인수 과정에서 지난해 2월 16, 17, 27, 28일 등 총 4일에 걸쳐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했다.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끌어 올린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 16, 17,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달 28일 카카오가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 원아시아 등과 공모해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 檢 “김범수 승인하에 시세조종 이뤄져”

이 가운데 진행된 첫 공판에서 검찰은 “김범수는 카카오 자금이 아닌 원아시아 자금을 동원해 SM 주식을 대량매집함으로써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상으로 고정 및 안정시키기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지창배와 공모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SM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하로 다시 떨어졌고, 이에 피고인 배 투자총괄대표는 김범수의 승인하에 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을 통해 피고인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에게 추가 주식매수를 요구하며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인상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은 “SM 지분 경쟁 상황에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주식매수를 검찰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무리하게 구성한 것이 이 사건 기소의 본질”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 위원장의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성립하기 위해선 객관적으로 시세에 대한 인위적 조작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세에 대한 인위적 조작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해당 주식의 거래량, 거래 방안의 합리성 등 간접사실이 종합 고려돼야 한다”며 “그러나 검찰은 주가가 직전가보다 높아지기만 하면 해당 주문이 연속적인지도 따지지 않고 시세조종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배 투자총괄대표는 투자테이블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이미 실패했다고 강조하면서 공개매수 기간 장내매수에 대해 여러 로펌으로부터 자문받은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식매수 행위에 관여하지도 않은 피고인에게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보려는 고의가 있었단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지분 인수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인은 당초 SM 인수 자체에 부정적이었고, 하이브와 경쟁하는 방식에 일관되게 반대했으나,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의한 적대적 입장문 발표 후 지분매수를 논의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피고인이 갑자기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조종 지시했단 검찰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가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 후 법원을 나가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가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 후 법원을 나가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김범수 “검찰 주장, 막연한 추측 기반”

김 위원장의 법률대리인은 김 위원장과 원아시아와의 공모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은 원아시아의 주식매수와 관련한 공모는 물론이고 누구와도 상의한 사실이 없다. 당시 원아시아가 SM 지분을 매입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원아시아 자금을 동원한 시세조종에 피고인이 공모했단 검찰의 주장이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막연한 추측에서 비롯된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본질적인 문제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경영권 취득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 범행 과정이 일어난 것이다. 마치 인과관계를 혼동해서 정상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당연히 공개매수 속에서도 장내매수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시키기 위해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있어 기소한 것이지, 당연히 주가 오른 결과만 가지고 기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법원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의 공판기일도 함께 진행했다.

홍 전 대표는 공판 종료 후 ‘공모사실 인정하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생각하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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