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샤페론서 이전받은 폐섬유증 신약 계약 해지
폐암치료제 'BBT-207' 내년 상반기 1b상 착수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 내년 하반기 글로벌 2상 진입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지난해 2건의 신약 임상을 중단한데 이어 올해는 2022년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했다. 올 상반기 유상증자를 통해 연구 실탄을 확보하긴 했지만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는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브릿지바이오는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신약 위주로 사업 구조을 개편해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가 지난 2022년 4월 샤페론과 체결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209' 에 대한 기술 도입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샤페론으로부터 BBT-209에 대한 선급금 20억원과 개발, 허가 및 영업 실적에 따른 단계적 마일스톤으로 280억원 등을 지급하기로 하고 해당물질의 독점적 권리를 이전했다. 다만 계약 해지에 따라 브릿지바이오는 샤페론에 추가 중도·경상 기술료를 지급하지 않게 됐다.
이번 기술이전 계약 해지는 신약 개발 불확실성을 줄여 자금 유출을 막는 한편,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 'BBT-877'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신약후보물질 'BBT-207' 위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 지난해 신약 임상 2건 중단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BBT-176'과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 임상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207가 더 상업화 가능성이 높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샤페론과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에 배경에 대해 “비소세포암 신약과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선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자체 발굴 혹은 외부 도입을 통해 임상 개발이 가능한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해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적자행보가 이어졌다. 브릿지바이오의 영업적자는 2021년 264억원, 2022년 435억원, 지난해 405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수백억대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1297억원에 달한다. 주요 매출은 기술이전 로열티에서 발생하는데 2021년 19억원, 2022년 30억원, 지난해 1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영업적자가 대폭 확대된 것은 신약 연구개발비 증가가 주된 원인이 됐다. 브릿지바이오가 연간 지출하는 연구개발비는 2021년 207억원에서 2022년 376억원으로 늘어나 지난해에는 33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대규모 연구개발비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부추겼다. 브릿지바이오가 지난해 2건의 임상 중단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올해 2분기 기준 브릿지바이오가 확보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91억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자체 여력만으로 연구개발 자금 확보 가능성이 불분명하자, 결국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 5월 브릿지바이오는 26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7월 구주 1주당 신주 0.499주를 발행해 총 215억원을 조달했다.
◇ BBT-877, BBT-207 두 파이프라인으로 승부
지난해 추진한 파이프라인 간소화는 전체 영업비용 규모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까지 브릿지바이오가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약 80억원,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은 110억원으로 집계된다. 전년도 같은 기간(209억원)과 비교해 약 100억원가량 영업비용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자금조달 이후에도 브릿지바이오가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현금 여력이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2분기 기준 브릿지바이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91억원과 유상증자 대금 215억원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현금 자산은 약 300억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간 발생하는 400억원대 영업비용을 감안하면 파이프라인 축소에 따른 비용 효율화에도 운영 여건이 장기적으로 나아진 것은 아니다. 비용 효율화 이외에 기술이전 등 자체 영업활동에 의한 수익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브릿지바이오는 올 상반기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목적에 대해 큰 틀에서는 BBT-877·BBT-207에 들어갈 임상 비용을 확보하고, 자본 확충을 통해 관리종목 지정을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BBT-877과 BBT-207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해왔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BBT-877 임상 2상은 후반부에 접어들어 연구 중”이라며 “BBT-207 임상 1상은 약물의 약효 확인이 기대되는 올해 4분기 이후 미국의 임상시험기관을 추가하고 내년 상반기 임상 1b상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