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회장 경영 스타일, 연임 가능성 높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계열사 최고경영책임자(CEO)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 카드, 생명보험 등 자회사 ‘빅3’ 대표 모두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기에 연임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 수장인 진옥동 신한금융 의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 스타일인 점도 연임 확률을 높이는 부분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계열사 대표 임명 작업에 돌입했다. 은행·카드·라이프·캐피탈·제주은행·저축은행·자산신탁·DS·펀드파트너스·리츠운용·벤처투자·EZ손해보험 등 12개 계열사 대표가 인사 대상이다. 자경위는 전날 열린 회의를 통해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Long-list)’을 선정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신한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 정상혁 은행장은 연임이 유력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상반기 순익은 2조503억원으로 2위인 하나은행(1조7509억원)과 비교해 3000억원 더 많았다. 올해 리딩뱅크 타이틀을 확보한 셈이다. 신한은행이 실적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내부통제를 철저히 한 결과 별다른 금융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덕분으로 정 행장의 공로가 컸단 평가다.
신한은행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기업대출을 올해 가장 많이 늘린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신한은행의 올 6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176조5729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9.9% 급증했다.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외치며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했지만 승자는 신한이었다.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도 연임 가능성이 높단 평가다. 신한카드도 실적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했다. 올 상반기 순익은 379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7% 크게 늘었다.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부담, 신용리스크 상승 등 카드업계의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2위인 삼성카드와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은 변수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작년 순익 격차는 단 112억원이다. 올해 상반기도 차이는 165억원으로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올 상반기 신한카드는 삼성카드에 5억원 차이로 추월 당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연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신한라이프는 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동안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보험계약마진(CSM)은 1조5000억원을 넘었다. 교보생명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고 CSM 업계 3위 자리를 유지했다. CSM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통해 계약 기간 동안 인식할 총 이익 규모를 말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이 대표의 성과가 대폭 낮아질 수 있단 점은 문제다. 당국은 보험사의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값을 손질하려고 한다. 저해지 구조를 가진 단기납종신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신한라이프의 CSM이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규제의 충격은 신한 외에 다른 주요 보험사들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신한라이프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금융지주에 속해 있단 점이 변수다. 재무 실적이 출렁거린 점을 지주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도 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2분기에도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 CSM이 약 3300억원 감소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키를 쥐고 있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예상을 깨고 지난해 신한투자증권 대표에게 2년 추가 임기를 부여한 바 있다”라면서 “이처럼 진 회장은 주변 인물을 계속 신임하는 스타일이기에 올해도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