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등 폐쇄공간에서의 범죄, 기존 체계로는 대응 어려워
신분위장수사,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로 확대 후 중요 수단 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텔레그램을 통한 음란 합성물을 제작·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신분위장수사기법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의견이 나왔다.
현행 신분비공개 및 위장수사방법(신분위장수사)은 청소년성보호 수사 등 제한적으로만 가능한데,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과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정도를 고려해 딥페이크 성범죄에서도 신분위장수사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사처는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처벌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박소현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나 다크웹 등 폐쇄된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라는 점에서 이 같은 위장수사기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조사처는 “일명 서울대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들 스스로가 용의자를 특정하고, 관련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이 각각 불송치·불기소처분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인식과 대응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의 범죄에 대한 대응체계로는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현행법상 신분위장수사는 마약범죄수사나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래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는 게 우리 법원의 태도다. 다만 범의를 가진 자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실제 신분위장수사는 마약류 범죄, 디지털다중피해사기범죄, 사기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하자는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21대 국회에서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조사처는 2021년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신분위장수사 도입이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안착됐다면서 신분위장수사 적용범위 확대 논의를 본격화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조사처는 “통상적인 수사방법으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나 다크웹 등 폐쇄된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수사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며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범죄와는 다른 디지털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사의 효율성·합목적성에 부합하는 탄력적 대응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효과적인 수사상의 이익과 이 로인해 침해될 것이 우려되는 기본권 등을 이익형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