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원전 조직 ‘2팀·2TF→ 5팀·1반’
포스코이앤씨·DL이앤씨 조직 확대·인력 보강
현대건설, 원자력사업실 신설···삼성물산, 박사급 인재 충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가 원자력 사업 강화에 나섰다. 원자력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인재 영입을 통해 독자 기술 확보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세계 원자력 시장의 전망이 밝아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원자력 분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대우건설 원자력사업은 플랜트사업본부 원자력사업단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해당 조직은 기존 2개 팀에 3개팀(국내원전팀, 소형모듈원자로(SMR)팀, 원자력설계팀)과 체코원전준비반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원자력 조직은 ▲해외원자력팀 ▲국내원자력팀 ▲원자력수행팀 ▲SMR(소형모듈원자로)팀 ▲원자력설계팀 등 5개 팀과 ▲체코원전준비반 1개반으로 운영된다.
대우건설은 이번 원자력사업단 조직 확대 개편을 통해 체코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교두보 삼아 향후 예정된 세계 원전시장 진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100기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으로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설된 국내원자력팀은 기존 대우건설이 강점으로 보유한 원자력 생애주기 전분야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신규원전 영업뿐 아니라 원전해체·방폐장·연구용원자로·가속기 등 원자력 이용시설의 수주영업을 담당한다. SMR팀은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 대우건설은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2012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취득한 SMR 표준설계인 SMART100 개발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향후 SMART 원전을 통한 사업진출 시 시공분야 사업우선권을 확보해둔 상태다.
다른 건설사들도 원자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원자력사업추진반을 설립한 뒤 올해 원자력사업단으로 개편하고 인력을 보강했다.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에 참여했으며 SMR과 발전보조기기(BOP) 관련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원전 사업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빠른 조직 확장과 인재 영입을 통해 원자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2022년 SMR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원자력 영업파트를 ‘원자력·SMR사업팀’으로 격상하고 조직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원자력 연료 분야의 전문가인 정선교 전 한국원자력연료 기술본부장을 영입해 원자력 전문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SMR 플랜트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엑스에너지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도 해외 원전 시장 확대에 맞춰 원자력 조직을 확장했다.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과 SMR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원자력사업실을 신설했다. 삼성물산은 대형 원전과 SMR·사업 개발·영업·수행 등 기능별로 원자력 조직을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박사급 원전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GS건설도 원자력 조직을 확대하며 차세대 원자로 설계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GS건설은 원전 사업 전담 부서인 원자력팀을 운영 중이다. 2022년 발족된 연구개발조직(RIF Tech) 산하에 소형원전 연구소를 신설했다. 고속로 원자로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분석, SMR 기술 개발 과제 수행을 위해 연구개발(R&D)인력을 영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원자력설계팀을 확대 개편해 원자력사업실을 신설했다.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경험을 보유한 박사급 인재를 충원해 초소형 SMR인 MMR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 전망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5년까지 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가 16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SMR 시장은 2035년까지 400조원에서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MR은 기존 원전에 비해 빠른 설치와 낮은 비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탈탄소화를 목표로 원자력 발전에 다시 주목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며 “특히 SMR과 같은 차세대 원자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미래 에너지의 핵심으로 기술 선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