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정경쟁·티메프 재발방지 발표···정산기한·판매대금 규율안 제시
대규모유통업법 플랫폼 적용 범위 확대···시장 위축·C커머스 역차별 우려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산기한과 판매대금 규율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독과점을 막기 위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끼워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거대 플랫폼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범위에 포함키로 했다. 입법권을 쥔 야당과의 논의 과정이 주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시장 위축, 중국 이커머스와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여당과 당정협의회를 열고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 방지 입법 방향을 최종 확정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은 혁신에 따른 이점과 함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드러내고 있다”며 “독점화된 플랫폼이 반칙 행위를 통해 경쟁 플랫폼 출현을 막거나 티몬, 위메프 사태에서 보듯 입점업체와 소비자 보호에 필요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에서 불거진 미정산 문제 관련,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에 대해 일정 기한 내 정산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판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산기한은 구매 확정일로부터 10일 또는 20일로 하는 안과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두 가지 안이 마련됐다. 플랫폼이 판매대금 직접 수령시 별도 관리 비율은 100%(1안), 50%(2안)이 각각 제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통 소매업과 차이를 고려해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전통 소매업 정산기한인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보다 단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대형 플랫폼이 상대적 약자 사업자에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해 관리키로 했다. 

대규모유통업자 포함 대상은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1안)과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금액 1조원 이상(2안) 중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특정 업체가 들어가는지 여부를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대규모유통업법 대상에 주요 대형 거래 플랫폼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거대 플랫폼의 반경쟁적 행위 차단, 플랫폼 시장의 경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한다.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공정위 측은 “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할 예정”이라며 “당초 사전 지정 방침었으나 업계, 전문가, 관계부처 의견을 종합 검토해 사후 추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금지행위 적발시 형사처벌은 하지 않되 과징금을 올리고, 임시중지명령을 도입한다. 

여권 관계자는 “해당 정부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복수안으로 올라온 사항은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플랫폼 공정경쟁을 위해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현행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입법권을 쥔 야권에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별도 법률 제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와 국회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쟁당국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도 독과점 플랫폼 폐해 대응을 위해 별도 법제정을 추진한 바 잇으나, 의견 수렴과정에서 효과적 입법 방식도 같이 고민하게 됐다”며 “신속한 제도 개선, 기존 법체계와 정합성 등을 고려했을 때 공정거래법 개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입법 형식이 바뀌어도 내용 면에선 지난번 제정안 내용이 대부분 개정안에 반영됐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대해서도 정부안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안을 두고 업계를 중심으로 시장 위축을 부르는게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이 활발한 중국 이커머스의 경우 이번 정부 대책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가 역차별 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규모 플랫폼이 독과점화하면서 가입비 인상 등 과한 조치를 취했을 때 소비자들이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문제되는 행위에 대해선 규제가 필요하다”며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의 경우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