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보험업법 사유 '과징금 전체 취소'→2심은 한 사유 제외 나머지 과징금 부과 근거 인정
보험금 과소·미지급 사유 징계 처분 적법성 인정
“외형상 하나 처분이라도 일부 과징금 취소 가능”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기관경고와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은 한화생명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과징금이 200만원에서 11억14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항소심은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일부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며 전체 과징금을 취소한 1심 판결은 부적법하다고 봤다.
9일 시사저널e 취재에 따르면, 항소심인 서울고법 행정11-1부는 과징금 부과의 주된 이유가 된 한화생명의 보험업법 위반 사유 두 가지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위반(과징금 6억9400만원, 제1사유)과 ▲기초서류기재사항 준수의무위반(과징금 11억3800만원, 제2사유) 중 제2사유를 인정했다.
제2사유는 또 3가지로 분리돼 있는데, 1·2심 모두 2-1사유(정액보험금에 대한 합의에 의한 감액 지급)에 대한 처분은 위법하고 2-2사유(간호·간병통합서비스 비용 미지급), 2-3사유(실손의료보험과 함께 가입한 정액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2심의 차이는 과징금 부과 취소의 범위였다.
1심은 인정되는 두 징계 사유만으로는 정당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없다며 과징금 전체를 취소했다. 과징금은 연간 수입보험료, 위반행위의 경중, 위반자의 고의·과실, 위반행위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어서 2-2, 2-3사유만으로는 정당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1심은 또 다른 징계사유(보험계약해지 및 취소업무 부당 처분사유 일부 인정)를 인정하면서 적정 과징금을 200만원으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2-1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봤다. 여러 개의 위반행위에 대해 외형상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했으나 그 일부의 위반행위를 기초로 한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일지라도 그 일부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액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례(대법원 2013두14726)를 따른 것이다.
항소심은 ▲2-2, 2-3사유에 관한 과징금 부과 기준금액이 확인되는 점 ▲두 사유의 위반행위의 경중, 위반자의 고의·과실만으로 ‘고의’나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점 ▲위반행위의 기간 및 위반행위로 인한 효과의 지속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점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다시 법규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조정된 과징금은 11억1400만원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항소심은 2-2, 2-3사유만으로도 금융감독원장의 한화생명에 대한 기관경고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며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제2사유와 관련된 한화생명 ‘임직원들에 대한 인적제재 조치요구’ 부분은 다른 위법한 처분사유를 배제할 경우 다른 조치요구 양정이 정해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그 전부를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 ‘징계 적법’ 보험금 과소·미지급 내용은
한화생명은 2015년 1월7일~2019년 5월28일 총 4734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과소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음(미지급)으로써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금(47억3200만 원)보다 20억8200만 원을 과소지급했고, 그로 인해 기초서류인 보험약관에 기재된 준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징계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약관에서 정한 ‘재해장애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하는 사안에서도 임의로 기여도를 적용해 보험금을 삭감하는 등 132건의 보험계약에 대해서 약관에서 정한 42억7600만원보다 16억2600만원상당액을 적게 지급(2-1사유, 정액보험금에 대한 합의에 의한 감액 지급)했다.
또 실손의료보험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에 해당함에도 사적 간병비로 간주해 4541건 중 실손의료 보험금 4억11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2-2사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비용 미지급).
아울러 ‘실손의료보험’과 함께 가입한 정액보험 61건에서도 실손의료보험금만 지급하고 정액보험금 4470만원은 미지급(2-3사유, 실손의료보험과 함께 가입한 정액보험금 미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위반’ 징계사유 1·2심 모두 불인정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위반 징계(제1사유)는 1·2심에서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됐다. 한화생명이 대주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사업을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한화생명이 기존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면세점을 들이면서 발생한 손해를 스스로 떠안는 방식으로 대주주를 지원했고, 관리비 등도 받지 않았다며 징계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한화생명이 손해배상액을 부담하고 면세점에 이를 부담하지 않도록 한 것이 보험업법상 ‘대주주에 대한 자산의 무상양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금융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