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합동 전기차 안전대책 발표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실시·BMS 강화
신축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의무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전기차 제조사들이 의무 공개하는 배터리 정보 항목이 확대된다. 배터리 안전성을 인증하는 배터리 인증제는 다음달로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신축 건물 지하주차장엔 스크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배터리 충전율 규제,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제한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6일 정부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달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기차와 충전시설에 대한 공포가 커진데 따른 조치로 전기차 안전성 확보, 지하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 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 대응방안 등을 포함했다.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충전량 제어 가능 충전기 보급 확대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당국의 전기차 배터리 관리를 강화한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의무공개 항목은 배터리 용량, 정격전압, 최고 출력 등이지만 앞으로는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도 공개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전기차 제조사에 자율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권고한 바 있는데, 이번엔 아예 의무화했다. 

전기차를 제작할 때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당초 내년 2월에서 다음달로 앞당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전기차 정기검사시 배터리 검사항목을 확대하고, 배터리 진단기는 민간 검사소까지 속히 확충키로 했다.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사업자 책임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자동차 제작사가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제작사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배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 개선, 사용 활성화에 나선다. BMS 안전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는 제작사 무료설치를 추진하고, 이미 설치된 차량으로 무상으로 성능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연내 BMS의 배터리 위험도 표준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부턴 자동차 소유주가 정보제공에 동의한 차량을 대상으로 위험상황시 자동으로 소방당국에 알리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충전시설 안전 대책으론 충전량을 제어하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을 확대한다. 이미 설치된 완속충전기도 사용연한, 주변 소방시설 등을 고려해 스마트 제어충전기로 순차적으로 교체한다. 

지하주차장 안전관리 방안도 내놓았다. 모든 신축 건물 지하주차장에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스프링클러가 이미 설치된 구축 건물은 화재 시 정상작동 여부에 대한 평시 점검을 강화한다. 화재감시기 설치기준 강화, 의무설치 대상 확대도 검토한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 및 충전시설 확대 의무 이행시기는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1년간 유예키로 했다. 지하주차장 내부 벽, 천장, 기둥 등엔 방화성능을 갖춘 소재를 소용토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법령을 개정한다.

화재 대응 강화를 위해 내년까지 전국 240개 소방관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대 보급하고, 군용기술을 활용해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소방차를 연개 개발해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배터리 내부 단락으로 인한 화재위험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 변경방안은 화재진압 여건 등을 고려한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충전시설 규제·배터리 충전율 제한 ‘제외’···“주민 입장선 미흡” 

이날 정부합동 대책 발표에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제한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화재진압 연건 등을 고려한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지상에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 주거 형태, 지하주차장 분포 현황을 보고 특히 일반 주민, 지자체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축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 단기적으로 정부가 결정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다 올리라고 하긴 어려운 문제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전기차 포비아의 근본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단 진단이 나온다. 배터리 충전율 규제가 포함돼야 한단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BMS 관리, 배터리 인증제 등은 화재 원인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지하 충전소가 있는 공동주택 입주민 입장에선 미흡한 부분이 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이후 대책이고, 화재 예방을 위해 충전량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계나 전기차 차주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충전율을 제어하면 주행거리가 짧아질 것이란 피해의식을 떨쳐내야 한다”며 “과거 현대자동차는 코나 전기차 리콜 당시 배포한 안내문에서 충전을 80%만 하는 걸 권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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