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를 모아
상상한 것은 곧바로 현실화시키는 행동파 아내와,그녀가 던진 의견을 신중히 검토하는 감독형 남편. 부부의 환상적인 팀플레이로 완성한 이 집에는 장민주 씨 가족만이 낼 수 있는 개성 만점의 빛깔이 반짝이고 있다.
컬러를 감각적으로 블렌딩한 집
프리랜서 브랜딩 기획자인 장민주 씨. 한때 렌털 스튜디오까지 운영했던 그녀는, 공간이든 브랜드든 더 감각적으로 바꾸는 소질이 있다. 신혼집에서도 손그림과 이미지 합성을 겸하며 구상한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걸 즐겼던 민주 씨. 공간을 연출할 때 그녀만의 또 하나 습관은, 메인이 되는 컬러를 먼저 지정한 뒤 그에 어울리는 것들로 나머지를 채워가는 것이다. 그건 지금 집에서도 마찬가지. 다만 부부가 이사 올 집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는 내심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엌 하부장부터 시작해 공간의 많은 부분을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에서는 잘 쓰지 않는 그레이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전면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신축 아파트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복도의 팬트리와 중문처럼 공간의 일부분만 세련된 무광 블랙 컬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집에 블랙을 더한다고 시공을 도와주는 사장님은 연신 의문을 표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공간에 선명한 블랙이 더해지니 칙칙한 그레이의 존재감이 한껏 덜어진 것. 그 덕에 큰 공사 없이도 민주 씨네 집은 한층 세련되게 변모했다. 블랙 외에 또 하나 공간에서 두드러진 컬러는 거실 선반의 쨍한 오렌지색. 민주 씨가 레어로우 쇼룸에 갔을 때 한눈에 반해 골라온 제품이다. “처음에는 무난한 화이트 컬러를 생각하고 쇼룸을 갔어요. 그런데 보자마자 이 오렌지 컬러에 한눈에 반했죠. 남편은 반대했지만요(웃음).“ 일반적인 집보다 강렬한 색을 많이 가미한 민주 씨의 집이지만, 그게 부담스럽다거나 눈이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쨍한 컬러 주변에 무채색 컬러가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아들 친구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한대요. ‘로아 집 멋지잖아’라고. 우리 집보다 비싼 가구를 둔 집은 많지만, 정형화된 인테리어가 아니라는 점이 좋아 보였나 봐요.” 솔직한 아이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그녀의 집은 컬러를 제대로 쓴 성공 사례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은 물론 바라왔던 것들까지
투명하게 드러나잖아요.
그러니 집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건
그에게 내 민낯을 보여주는 것과 같죠.
나와 우리 가족을 보여주는
맨얼굴과 같은 이 집을 앞으로도 잘 가꿔가며
남편과 로아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싶어요.
상호 보완적 가족 관계
아내 장민주 씨가 집을 꾸미는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다면, 남편은 그런 아내가 던진 의견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감독의 역할을 맡았다. “진짜 상사처럼 가구 하나 소품 하나 컨펌을 받았다니깐요(웃음). 얼마나 깐깐했는지 몰라요!” 준상 씨는 캐나다 예술 고등학교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감각을 예리하게 다져왔다. 공간에 패턴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도 남편의 영향이다. 민주 씨는 동거인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오는 즉시 그에 맞는 대안을 빠르게 찾아 던졌다.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장난스레 투덜대긴 했지만, 그럼에도 민주 씨는 포기하지 않고 남편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클라이언트보다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인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확실한 저에 비해 아내는 처음부터 웬만하면 맞춰주는 편이었어요”라는 준상 씨. 그 말과 동시에 “저 진짜 카멜레온인가 봐요”라고 발랄하게 대답하는 민주 씨. 즉흥적인 그녀와 계획적인 남편이 힘을 모아 완성한 이 집에서 서로 좋아하는 공간은 어느 곳일까? 아내는 복도와 가까운 식탁 의자에 앉아 밖을 쳐다보는 풍경을 꼽는다. 최근 테라스 너머 산책로에 정원이 조성되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싱그러워지는 그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은 주방에서 창가를 바라보는 순간이 가장 좋다. 아내가 꼽은 준상 씨의 또다른 ‘최애 스폿’은 바로 선반을 마주한 창가 안쪽 소파 자리. “주로 그쪽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거든요? 아무래도 거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때론 다른 점도 가족이기에 지키고, 살피며 보완해 준다.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잔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