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타바이오·이수앱지스·에스티팜·인벤티지랩 등 CB 전환청구권 행사 물량 '신주 상장'
비만치료제, 美 생물보안법, 희귀치료제, 기술이전 등 각종 호재 주목
업계 불황 속 기업 가치 조명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지난해 바이오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CB(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던 기업이 늘어났다. 대부분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CB 부담을 털어내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압타바이오, 이수앱지스, 에스티팜, 인벤티지랩 등이 투자자들의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신주를 발행했다. 미국 의회가 지목한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인 '생물보안법'에 따른 반사이익,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 성장, 흑자 전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협력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환사채란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자가 정해진 기간에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전환청구권 행사 시점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부진할 경우 기업은 풋옵션에 대응해야해 유동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압타바이오의 지난 28일 기발행 전환우선주(CPS) 전량과 CB 일부의 주식전환 청구 사실을 공시했다. 해당 물량들은 이달 24일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해진 상태다. 주식전환 가능한 사채물량 합계는 679만8739주로 총주식수의 30%를 넘는 규모다. 이중 CB는 지난해 8월 389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전환가액은 7240원으로 전량 주식전환시 537만2928주가 발생할 수 있다. 전체 주식총수 대비 24.09%에 달한다.
지난달 압타바이오는 신규 표적 면역항암제 'APX-343A'와 키트루다 병용 임상을 위해 머크와 임상 시험 협력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압타바이오는 황반변성 치료제(ABF-103)의 경우 연말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APX-311)는 내년 임상 2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수앱지스는 지난 27일 국내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2294주가 신주 발행된다고 공시했다. 이수앱지스는 희귀의약품 수출 증가로 올해 흑자전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수앱지스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원가율 개선에 따른 연구개발 비용 감소가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또 주력 제품인 희귀질환치료제 '애브서틴' 수출이 중동·북아프리카 중심으로 증가한 것이 매출 신장에 주효했다.
지난 6월에는 항암항체치료제 'ISU10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성사시켰다. ISU104는 전임상 단계에서 이수앱지스가 개발해오던 약물이다. 미국 소재 항암제 개발 기업과 선급금 42억원, 전체 1185억원 규모로 딜을 체결해 기업 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에스티팜도 지난 28일 국내 CB 전환사채 청구권 행사로 3943주 신주 발행을 공시했다. 에스티팜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 원료의약품 공급사로 선정됐다.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의 미국의 생물보안법도 에스티팜에게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 한 글로벌 제약사는 기존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공급하던 물량을 에스티팜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27일 CB 전환사채 전환청구권 행사로 신주 1만6008주를 상장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 주사제 개발 플랫폼인 ‘IVL-DrugFluidic’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만이나 탈모약 등에 지속형 주사제를 적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른 인벤티지랩의 기술 활용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가치가 부각됐다. 특히 최근 1년간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인벤티지랩의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간 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개발에 동력을 얻고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중 전환사채는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시기에 맞춰 주가를 부양해야 부채 상환 압박을 해소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로 큰 성과를 못 내는 상황에서 투심까지 얼어붙자, 전환사채의 풋옵션 행사가 늘어나면서 채무 부담이 가중됐다”며 “신약개발을 본업으로 삼는 바이오 기업들은 매출 성과를 꾸준히 내기 힘든 만큼, 또 다시 메자닌이나 유상증자를 카드를 꺼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같은 업계 불황에도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맞춰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약 분야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던 회사들은 기업 가치가 재조명됐고, 투자자들의 주식 전환으로 부채 상환 부담을 덜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