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잠실서 적극 수주···송파 가락에선 철수
한남5구역 수주 유력···용산산호, 수익성 문제로 발 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DL이앤씨가 서울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분명히 드러내는 모양새다. 강남과 용산의 같은 지역에서도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며 수익성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도곡개포한신과 잠실우성4차, 한남5구역 등 주요 정비사업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면 삼환가락과 용산산호에선 철수를 결정해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줬다.
◇잠실우성4차 이어 도곡개포한신 수주…삼환가락은 철수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다. 당초 지난 3월 1차 입찰에 불참하면서 도곡개포한신을 포기한 것으로 보였으나 5월 2차 입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지난달 31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경쟁사인 두산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도곡개포한신은 강남구의 핵심 지역인 도곡동에 자리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과 맞닿은 초역세권 단지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지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9층·620가구에서 35층·816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약 4385억원이다. 단지명은 ‘아크로 도곡’으로 확정됐다.
이번 수주는 DL이앤씨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도곡개포한신 길 건너편에 위치한 ‘도곡동 대림아크로빌’이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처음 적용된 곳이기 때문이다. 대림아크로빌은 국내 최초 초고층·초고급 주상복합으로 DL이앤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이번 도곡개포한신 수주 성공으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도곡개포한신 수주로 DL이앤씨는 잠실우성4차에 이어 연이은 수주 성과를 올리게 됐다. 앞서 지난 7월 3817억원 규모 잠실우성4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며 올해 첫 수주에 성공했다. 잠실우성4차는 지하철 9호선 삼전역과 탄천 사이에 위치한 단지로, 기존 555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34층, 825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잠실우성4차가 위치한 잠실은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로 교통과 상업시설, 학군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재건축 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인근 잠실 마이스(MICE) 및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 다양한 개발 호재 수혜도 기대된다. 잠실이 고급 주거지를 선호하는 수요층이 밀집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DL이앤씨가 아크로를 적극 활용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DL이앤씨는 같은 송파구에 위치한 삼환가락에선 발을 뺐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1·2차 입찰에 단독 참여하며 시공사 선정이 유력시됐지만 지난 6월 돌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조합에서 책정한 공사비에 비해 요구하는 설계와 품질의 수준이 높아 내부적으로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환가락은 지상 35층 9개 동, 110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4626억원 규모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805만원으로 책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환가락이 지하철 5호선 개롱역 인근 역세권 단지이긴 하지만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아니다”며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잠실만큼 수익성을 보장받기 어려워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한강변이지만···한남5구역 수주 유력·용산산호는 포기
용산에서도 DL이앤씨의 전략은 이어졌다. DL이앤씨는 한남5구역 재개발 입찰에 단독 참여해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남5구역은 동빙고동 일대 18만 3707㎡ 부지에 2592가구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강변북로와 인접해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강 조망 면적이 한남뉴타운 내에서 가장 넓으며, 평지에 위치해 입지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는다. 이번 수주는 아크로의 고급화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고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용산산호 재건축에선 철수 결정을 내렸다. 용산산호는 시장에서 수요도가 높은 한강변 단지다. 강변북로 맞닿을 정도로 한강과 가까이 있다. 재건축 이후 전 세대가 한강 조망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상 35층, 7개 동, 647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하지만 고급화 조건에 비해 낮은 공사비는 변수로 꼽혀 왔다.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830만원이다. DL이앤씨는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 유력 수주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수익성 문제로 재건축에서 발을 뺐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인천에선 이미 수주한 사업장을 정리하는 모양새다. DL이앤씨는 7월 31일 3963억원 규모 인천 영종하늘도시 공동주택 개발 공사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해 11월 해당 사업을 수주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또 인천 부평구 부개4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선 시공계약 해제를 검토 중이다.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DL이앤씨가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DL이앤씨의 이러한 접근은 고위험 프로젝트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선택이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