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역사·문화적 IP 개발 필요성 대두
[시사저널e=장민영 ] 중국 게임의 기세가 무섭다.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장르 다변화까지 성공했다. ‘원히트원더(특정 게임이 단기간 인기를 끄는 현상)’에서 벗어나 장르를 넘어 여러 게임의 인기가 장기화됐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게임사이언스가 출시한 콘솔게임 '검은 신화 : 오공'(오공)이 출시 사흘 만에 1000만장 판매고를 기록했다. 오공은 전일 기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동시접속자 수도 140만명을 달성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오공은 개발과 플레이 모두 난이도가 있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그동안 중국 게임이 진입장벽이 낮은 장르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RPG도 글로벌시장에서 통한단 것을 증명했다.
오공은 지적재산권(IP)·스토리·캐릭터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4대 고전 문학 중 하나인 '서유기'를 바탕으로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문화와 역사적 테마를 활용한 콘텐츠는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검은 신화 : 오공은 철저한 고증으로 출시 사흘 만에 1000만장 판매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 중 흥행 대표작은 2020년 출시한 호요버스의 '원신'이다. 앱 데이터 전문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모바일 게임 중 최단기간(40개월) 50억달러(한화 약 6조6950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모바일게임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앱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릴리스게임즈가 출시한 'AFK: 새로운 여정'도 8월 마지막주 국내 앱 마켓에서 매출 3위를 달성했다. 'AFK: 새로운 여정'은 색다른 캐릭터와 스토리로 살아남았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국내 게임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 모델에 의존하는 한국 게임에 관한 피로도가 높아질 때, 호요버스와 같은 해외 게임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는 한국의 게임 유저도 콘솔(게임기) 쪽으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게임업계는 2000년 초반부터 한국 게임 개발자를 많이 영입하면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게임 엔진의 성능마저 발전해 인공 지능 기술들이 기술적 평준화 시기를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게임 개발력마저 격차가 줄어들면서 한국 게임 개발에도 문화적 경쟁력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김 교수는 "한국에도 신화나 판타지 소재가 있지만, 그동안 이를 가꾸고 세계에 알리지 못했다. 게임 콘텐츠 소재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한국 게임산업의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부족하다. 게임 소재에 관한 본질적인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