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투자자 가상자산 대규모 청산 움직임
"미 연준 기준금리 내리면 다시 오를 것" 전망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이번 주(8월 26일~9월 1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크게 하락했다. 시장에선 ‘고래’(대형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대거 매도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은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5분 비트코인의 시세는 5만8942달러(약 7892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7.85% 크게 떨어졌다. 지난 주말 6만4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8월 27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28일 급락해 6만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후 횡보세를 기록하면서 현재 5만9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래 투자자들의 대규모 청산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고래 투자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웨일얼러트'에 따르면 한 고래 투자자의 특정 지갑 주소에서 비트코인 가격 급락 직전 1억4181만 달러(약 1883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고래가 차익을 실현하기로 결정하면 가상자산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다른 고래들도 최근 비트코인이 6만5000달러를 유지하자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이 계속 빠져나갔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아크21쉐어스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ARKB에서 1억200만달러(약 1366만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그레이스케일 GBTC와 비트와이즈 BITB에서도 각각 1830만달러, 68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밀리고 있는 점도 비트코인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현지시각)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여론조사 양자 대결에서 한 달 만에 1%포인트 격차로 우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대선 관련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했다.
매도세가 이어지자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기록한 것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3.0% 증가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이에 비트코인은 지난달 31일 상승하면서 한 때 6만달러선도 회복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하락 전환됐다.
비트코인이 약세를 이어갔지만 시장에선 향후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은 다시 크게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가상자산 연구 기업 하이블록 캐피털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슈브 바르마는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와 인터뷰를 통해 “금리 정책 전환 이후 역대 최고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비트코인 선물의 미결제 약정이 지난해보다 올해 훨씬 더 증가했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위험 자산 선호 증가가 비트코인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결제 약정은 거래일 종료 시점의 미결제 계약 총 수로, 해당 약정 수가 많을수록 시장에서의 거래 활동량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