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당‧절반 칼로리 전통주 ‘2030여심’ 공략
현지화 통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
“독특하고 특색있는 전통주, 제대로 조명받게 하고 싶다”

김인지 뉴룩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김인지 뉴룩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스타트업 기업들의 다양한 도전은 산업의 보고(寶庫)다. 기존의 산업적 시각에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을 창조하거나 위험부담이 큰 사업 분야 등에 대한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MZ세대 ‘젊은 사장님’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마케팅 등은 기성 기업들의 문화에도 속속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본지와 만난 김인지 ‘뉴룩(NewLook)’ 대표의 행보도 관련 업계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전통주의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해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창업한 김 대표는 차별화된 주류 개발과 마케팅 전략 등으로 앞선 전통주 시장의 한계들을 차근차근 극복해나가고 있다.

막걸리 등 전통주가 익숙하지 않은 ‘2030 여성’을 최우선 타겟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기호에 맞춰 ‘제로(zero) 당, 절반 칼로리’를 부각시킨 ‘제로당 막걸리’를 개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지난 광복절에는 개량한복 브랜드 ‘아시하’와 콜라보한 복분자향 막걸리를 한정 출시하는 등의 마케팅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명확히 한 전략도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뉴룩’은 GS25 등 유통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선정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점차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 대표는 “전통주 시장이 소비자들의 소비와 니즈(needs)에 대한 고민보다는 ‘막걸리야 먹어봐’ 등의 일방적인 느낌이 많은 것 같았다”며 “‘요즘 트렌드는 무엇이고, 사람들이 찾는 게 뭘까’라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전략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려면 질적인 성장과 양적인 성장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품질의 전통주를 추구하는 분들의 길을 존중하되, 전통주의 편견을 깨도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나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 ‘뉴룩’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인지 뉴룩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김인지 뉴룩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Q. ‘뉴룩’은 어떤 회사인가

A. ‘뉴룩’은 제조,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고 있는 전통주 브랜드 기업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전통주의 대중화’다.

브랜드를 런칭하는 과정에서도 저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전통을 기반으로 뭔가 새로움을 창조해서 만들어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해 ‘뉴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전통주의 원재료인 ‘누룩’으로 새로운 ‘뉴(new)룩’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다.

우선 ‘웰니스(wellness,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키워드로 당류가 0g인 전통주를 생산해 처음 시장에 선보인 상태다.

전통주 시장이 성장은 하고 있지만, 아직 매우 작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통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지속가능한 전통주 문화를 정착하려면 보다 더 대중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위 ‘전통주 마니아’보다는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만들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많은 승부를 걸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Q.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A. ‘뉴룩’의 라인업은 총 4가지다. 맥주나 와인 대신 먹기 좋은 주류들로 구성됐다.

외형적인 부분에서 보통 막걸리가 750ml에 알코올이 6% 정도라면 ‘뉴룩’은 맥주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500ml 용량으로 4%의 알코올로 만들었다. 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양 성분도 고려해 칼로리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당류도 완전히 없앴다.

현재의 술 문화 트렌드에 맞춰 개발 과정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식감과 산미를 낼 수 있도록 주력한 제품들이다.

사실 아직 업력은 길지 않다 보니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조정해가며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전통주의 대중화’라는 비전이자 목표의 방향성을 충실히 쫓고 있다.

Q. 새로운 형태의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A.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에서 대면한 고객들이 처음에는 거부하시는 분들도 일부 계시지만, 맛을 보신 후에는 ‘새롭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하는 분들도 많다.

또 논현동에 소재한 한 한식주점을 일종의 테스트베드(testbed)처럼 활용하고 있는데 제로소주가 붐이 일던 당시 그곳에 ‘제로소주밤’이라는 메뉴를 출시한 적이 있다. 제로소주 1병과 ‘뉴룩’ 1병을 섞어 마시는 메뉴였는데 출시 첫 달 포스터 부착 등 별도의 홍보 없이 맥주 켈리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그동안 전통주의 경우 한식주점 위주로 많이 납품하게 되고, 수많은 주류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납품되는 양도 소량이고, 소비자들의 재구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좀 문제가 있어왔다.

하지만 저희가 출시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통해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좀 더 대중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방향성을 갖고 전략을 끌고 나간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Q. 자체 발효 공법의 장점은 무엇인가

A. 막걸리의 당분을 실제로 검출해 보니 생각보다 높게 나왔고, 이 이유로 소비자들이 기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당이 원주에서부터 완전히 검출되지 않는 순간을 찾게 됐다.

제조 기간도 단축시켜서 생산성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아직 작은 규모의 양조장에서 유리하게 운영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뉴룩 전통주. /사진=뉴룩 제공
뉴룩 전통주. /사진=뉴룩 제공

Q.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있나

A. 현재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기 위한 리서치와 고민들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전통주 시장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도 전통주 시장이 소비자들의 소비와 니즈(needs)에 대한 고민보다는 ‘막걸리야 먹어봐’ 등의 일방적인 느낌이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는 무엇이고, 사람들이 찾는 게 뭘까’라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전략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K-POP을 필두로 한 한류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기대 ‘한국의 전통주’라고 앞세울 수 있겠지만, 그보다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제품적으로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Q. 우선적으로 공략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장은 어디인가

A. 미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저칼로리, 저도수의 주류들이 크게 유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뉴룩’의 방향성과도 굉장히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사실 런칭 과정에서 벤치마킹을 많이 한 시장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내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뉴룩’을 어떻게 현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Q. 올해 내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계획이 있나

A.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목표는 국내 시장에서 ‘뉴룩’ 제품들을 안정적으로 안착시켜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시장조사와 행정절차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준비를 단단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또 어느 지역을 타겟팅할 것인지, 어떤 유통 라인이나 거점을 둘 것인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Q. ‘뉴룩’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91년, 92년, 93년생 3명이 함께 창업을 했다. 대학생 시절 경영학회를 함께 했던 친구와 제 전 직장인 제일기획 입사 동기가 뜻을 함께 했다.

초반엔 ‘우리가 진짜 이 제조업을 하는 게 맞나’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지금이 기회다. 놓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는 판단을 해 시작하게 됐다.

요즘엔 분기별로 한 번씩 창업 당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동기부여를 하기도 한다.

항상 다들 얘기를 하는 것이 물론 당연히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도 있고, 뭔가 내가 주체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은 그 성향 때문에 나온 것도 있지만 ‘셋이 함께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길을 찾아서 하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김인지 뉴룩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김인지 뉴룩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Q. 인스타그램만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A. 현재는 다채로운 마케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올해 하반기에는 이를 실행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을 마케팅 창구로 활용한 것은 일단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채널이고, ‘뉴룩’이 어떤 브랜드인지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가까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사몰을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운영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요즘 소비자들이 익숙한 이미지 위주로 ‘뉴룩’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에 다양한 비주얼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Q. ‘뉴룩’이 추구하는 ‘전통주의 대중화’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A.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려면 질적인 성장과 양적인 성장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클랙식 음악 시장과 전통주 시장이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마니아층이 많고, 그 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내부적인 결속이 강해 오히려 확장이 좀 어렵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클랙식 음악의 경우 ‘팬텀싱어’라는 한 TV 프로그램이 나올 당시 출연 등을 조심스러워했던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노래할 수 있는 장소도 많아졌다.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우수한 아티스트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대중적인 것을 견인할 수 있는 역할도 필요한 것 같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고품질의 전통주를 추구하는 분들의 길을 존중하되, 전통주의 편견을 깨도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나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 ‘뉴룩’의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야 비로소 전통주 시장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사케, 와인 등이 자리를 잡은 것처럼 독특하고 특색있는 우리의 전통주를 제대로 조명받게 하고 싶다. 일종의 사명감도 있는 것 같다.

국내 시장에서는 맥주 대신 가볍게 마실 수 있고, 식단 관리를 무너뜨리지 않고 ‘즐겁게 관리할 수 있는 술’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자리를 잡고 싶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