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2분기 기업대출 잔액 715조원···전년 말 대비 7% 증가
가계대출 억제에 기업대출 영업 강화 주력
기업여신 신규 부실채권 증가세···중소기업 중심으로 부실 늘어
“관리 가능한 수준···잔액 증가세 모니터링하며 건전성 관리할 것”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힘을 쏟는 가운데 최근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의 여신 성장이 제한되면서 수익성 보전을 위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지만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 딜레마가 커지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2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총 714조6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68조3034억원) 대비 6.9%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182조9370억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뒤이어 ▲KB국민은행 180조원 ▲신한은행 176조5729억원 ▲하나은행 175조1820억원 순이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주 수입원이던 가계대출의 여신 성장이 막히자 기업대출에서 수익성 활로를 찾은 셈이다. 문제는 늘어난 대출만큼 부실채권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국내 은행의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6조4000억원으로 전분기(4조5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기업여신에서 발생한 신규 부실이 5조원으로 전체 신규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계여신의 신규 부실은 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1조2000억원에서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기업대출 부문의 부실 증가 폭이 확연히 크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의 신규 부실이 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2조8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나며 전체 기업여신의 신규 부실 증가세를 견인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의 신규 부실은 5000억원으로 전분기(3000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적었다.
그 결과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분기 말(0.61%)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0.65%를 기록했다. 이 중 중소기업 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이 같은 기간 0.69%에서 0.77%로 한 분기 만에 0.0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은 0.44%로 전분기 말(0.48%)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살펴봐도 기업대출 부문의 건전성 리스크 확대 조짐이 뚜렷했다. 올해 2분기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고정이하여신은 총 2조807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168억원)보다 16.2%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여신 성장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출 취급액이 늘어나면서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연체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잔액 추이를 모니터링해가며 건전성 지표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