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어 유럽·미국·일본 등 진출···애플·구글에 도전장
“2030년 전세계 가장 경쟁력 있는 앱마켓으로 성장”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토종 앱마켓 사업자 원스토어가 대만을 시작으로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로 거듭나 ‘만년 적자’ 꼬리표를 떼겠단 목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원스토어는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진출을 공식화하고, 향후 사업 방향 및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원스토어가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으로 제시한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은 국내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앱마켓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가별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것이다.
원스토어는 대상 지역에 영향력을 가진 파트너사와 협업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원스토어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파트너사는 현지인에게 익숙한 브랜드와 결제수단, 현지에서 선호되는 마케팅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세계 시장을 단일한 정책으로 운영하는 애플, 구글 등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경쟁사 대비 저렴한 수수료 정책도 유지할 방침이다. 7(개발사) 대 2(원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을 유지 중인 경쟁사 대비 원스토어는 ‘8 대 2’ 정책을 시행 중이다. 앱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수료 부담은 5%까지 내려간다.
◇ “구글·애플 등 독점사업자와 경쟁할 것”
이날 원스토어는 대만 게임 퍼블리셔 해피툭과의 합작 앱마켓 ‘콰이러완 스토어’ 출시를 발표했다. 콰이러완 스토어는 지난 6월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원스토어 플랫폼 위에 해피툭의 마케팅 역량과 현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결제 수단을 제공하며 200여개 이상의 게임들이 입점을 마쳤다. 2만건 이상 스토어 설치를 바탕으로, 스토어 거래액 기준 월평균 8배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원스토어가 대만을 첫번째 해외 진출지로 선정한 것은 시장 규모와 적합도 등을 고려했다. 대만 게임 시장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고, RPG 등 게임 장르가 인기를 끄는 등 한국과 유사하다고 평가된다.
원스토어는 대만 이후 연내 미국, 내년 유럽, 오는 2026년 일본 등에 진출한 후, 그 주변 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원스토어는 이미 유럽과 미국의 현지 파트너와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원스토어는 최근 애플로부터 제3자 앱마켓 사업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 앱마켓 중 최초로 이를 발판으로 내년초 유럽 iOS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시행 덕분에 가능해졌다. 지난 3월 시행된 DMA는 애플, 구글과 같은 빅테크가 앱 생태계 내에서 독점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EU의 거액의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DMA 시행 이후 유럽 내 iOS 기기에서 에픽게임즈의 자체 앱마켓인 에픽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3자 앱마켓의 진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원스토어에게도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렸다.
전동진 원스토어 대표는 “전세계가 독점 규제에 나섰다. 제3자 앱마켓 시장이 열리게 됐고, 결제수단 강제가 금지됐다. 일본도 제3자 앱마켓이 열릴 기회가 생겼다”며 “대만 시장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 대만에서 인기가 있고, 보유 중인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만 이용자는 구글, 애플의 앱마켓 외에도 다른 앱마켓에서 게임 클라이언트를 다운받는, 장벽이 낮은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스토어는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아래 전세계의 파트너들과 손잡으며 글로벌 독점 사업자들에 맞서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앱마켓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2~3년 내 IPO 재추진”
원스토어는 파트너십 확대와 동시에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등 게임의 원스토어 입점을 협의 중이다.
네이트 낸저 에픽게임즈 글로벌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은 “한국은 애플과 구글의 반경쟁적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통과시킨 최초의 국가란 점에서 게임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라며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로켓 리그 사이드스와이프’, 모바일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폴 가이즈’가 원스토어에 제공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글로벌 진출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앱을 접하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크래프톤은 원스토어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올해 디지털터빈이 1000만달러(133억9000만원)를 투자했다. 디지털터빈과는 조만간 앱마켓 이동 없이 한 번의 클릭으로 게임과 앱을 설치할 수 있는 광고 상품인 싱글탭을 선보일 예정이다.
원스토어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영업실적 개선을 위해서다. 원스토어는 2016년 출범 후 국내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의 압도적인 지배력 탓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1년 영업손실 5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영업손실 249억원, 작년 영업손실 116억원을 기록하는 등 출범 후 8년째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IPO도 재추진할 방침이다.
전 대표는 “원스토어의 흑자 전환 시기는 해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때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하진 않겠지만, 전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앱마켓으로 성장하는 시기로 삼은 2030년에는 원스토어가 안드로이드와 iOS, PC 버전까지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멀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2년도에 IPO를 추진하면서 준비는 마쳐놓은 상태”라며 “앞으로 2~3년 내로 (IPO 재도전을) 목표하고 있지만, 진행 상황은 적절한 시점이 오면 다시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스토어는 SK스퀘어 자회사로, 2016년 출범한 토종 앱마켓 사업자다. 지난해말 기준 SK스퀘어는 원스토어 지분의 46.44%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24.42%), 재무적 투자자(17.27%), KT(2.88%), 크래프톤(2.21%), 마이크로소프트(1.24%), LG유플러스(0.69%), 도이치텔레콤(0.61%)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