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가매수차익 반영시 금융지주 실적도 3위로 뛰어오를 전망
다자보험은 손해보고 매각···당국 승인이 변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을 품고 단숨에 금융지주 실적 3위로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번 인수로 1조원 내외의 대규모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3위인 하나금융지주와 4위인 우리금융의 순익 차이는 약 3000억원이다.
우리금융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동양생명의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사들인다. 총 인수가격은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이 실사를 시작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인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5배, ABL은 0.3배 수준이다.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낮은 가격에 사들였단 평가가 나온다. 동양·ABL생명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당시 안방보험)은 두 보험사에 총 2조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다자보험은 최소 본전을 거두고 싶어하기에 우리금융이 총 2조원 내외의 가격을 지불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 2015년 다자보험(당시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1600억원에 사들였고, 이후 5280억원의 증자를 단행했다. ABL생명은 35억원에 사들여 총 3080억원의 증자를 했다. 다자보험은 손해를 보고 매각한 셈이다.
이번 인수로 우리금융은 약 9000억원에 염가매수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염가매수차익은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가격이 B기업의 순자산(자기자본) 공정가치보다 더 낮을 때 A기업이 얻는 회계상 이익을 말한다. 금융사는 보통 PBR이 1배 이하이기에 이를 인수하면 차익이 발생한다.
단순히 자기자본 장부가치로 판단해보면, 동양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의 75.34%는 약 1조7000억원이다. 4000억원 가량의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ABL생명의 자기자본은 7396억원으로 약 5000억원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리금융이 인수 후 모든 자산·부채 항목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산출한 자기자본 규모로 따지면 염가매수차익은 소폭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재무제표 상엔 일부 자산과 부채가 원가로 평가돼 있다.
이에 우리금융은 올해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순익 3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의 순익은 1조7554억원으로 3위인 하나금융(2조687억원) 대비 약 3000억원 밀렸다. 이번 인수로 단숨에 하나금융을 뛰어넘는 것이다. 더구나 3분기부터 동양·ABL생명의 순익이 우리금융 전체 실적에 포함된다. 동양생명의 상반기 순익은 826억원, ABL은 79억원이다. 하반기엔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올해 남은 4개월 간의 순익이 약 400억원 정도 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더불어 우리금융은 인수로 인한 자본부담도 최소화했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에 약 1조8000억원까지 지불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소폭 하락하는 것으로 막을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로 인해 BIS비율(보통주자본비율)은 11.86%로 인수 전 대비 약 0.14%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의 BIS비율을 산출할 때 보험사는 비(非)연결 금융회사로 분류된다. 이에 보험사의 지분가치가 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보험사의 지분가치에 250%를 곱한 액수만 위험가중자산으로 추가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번 인수를 인가해줄지 여부가 변수다. 염가매수차익도 당국의 승인이 나야 우리금융의 실적에 반영된다. 최근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부당대출을 내줬단 혐의를 받는다. 당국은 우리금융에 기관 제재를 내릴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제재를 받으면 우리금융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지 못한다. 금융당국이 빠른 시간 안에 인수합병(M&A) 인가를 내주기 부담스런 상황이다.
한 투자금융(IB)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우리금융 입장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있다"라면서 "아마도 다자보험이 회사를 빨리 매각해야겠다는 필요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