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677.4조 편성, 3.2% 증가···공공주택 25만호 역대 최대 공급·
R&D·저출산 대책 예산 강화, SOC는 감액···내수침체 속 재정방향 우려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3.2% 증가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3% 내외로 묶으며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갔다. 저소득층 생계급여와 노인일자리 등 약자복지에 지원을 집중했고, 올해 큰폭으로 삭감해 논란의 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은 11.8% 늘리며 역대 최대규모로 편성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은 1조원 가까이 삭감됐다. 고금리, 가계부채 증가 여파로 내수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재정 역할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25년 예산안을 확정, 발표했다. 총수입은 39조6000억원(6.5%) 증가한 651조8000억원, 총지출은 20조8000억원(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각각 편성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대비 0.7%포인트 개선된 2.9%로 재정준칙 한도(3.0%) 이내로 줄였다. 국가채무는 1196조원에서 81조원(0.8%) 증가한 1277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8.3%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세수여건 속 재정의 역할을 감안해 올해 2.8%보다 소폭 상승한 3.2%로 설정했다”며 “2026년 이후엔 회복된 세입기반을 바탕으로 의무지출 등 필수재정소요를 지원하기 위해 2025년보다 총지출 증가율을 상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중점 사안으로 약자복지, 경제활력, 체질개선, 안전사회·중추외교 등을 제시했다. 기재부 측은 “서민과 소상공인이 민생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으로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생계급여 연 141만원 인상···비아파트 공급 2년 16만호 확대
약자복지 관련 저소득층 생계급여액을 4인가구 기준 월 195만2000원으로 11만8000원 올렸다. 연간으론 2200만원에서 2341만원으로 141만원 인상한 셈이다. 관련 예산은 올해(19조7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증가한 20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생계급여 수급 탈락기준은 부양의무자 연소득 1억원 또는 재산 9억원 초과에서 연소득 1억2000만원, 재산 12억원으로 완화했다.
노인일자리는 현행 103만개에서 110만개로 늘린다. 노인 인구의 10%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단 의미다. 물가상승을 감안해 기초연금은 1조6000억원을 투입, 34만4000원으로 1만원 올린다. 노인 전용 평생교육바우처를 신설, 연간 8000명을 대상으로 35만원씩 교육비를 지원한다.
서민 주거안정 방안으로 공공주택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000호 규모로 공급한다. 임대주택이 11만5000호에서 15만2000호로, 분양주택은 9만호에서 10만호로 각각 늘린다. 서민주거 핵심인 비아파트 공급은 2년간 16만호로 확대하고, 전세사기 주택매입은 5000호에서 7500호로 확대한다.
경제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R&D 예산을 29조7000억원으로 올해(26조5000억원)보다 3조2000억원 증액했다.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해 3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국산 AI 반도체 개발 지원, 차세대 SMR 개발, 재사용발사체 기술 개발, 6G 기술 자주권 확보 등 국가 전략기술 주권확보를 위해 7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신유형재난·신종범죄 등 국민안전과 직결된 R&D와 기후변화·국가임무 등 공공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3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SOC 예산은 9000억원(3.6%) 감소한 25조5000억원이 반영됐다. 도로부문이 7조2000억원으로 10%, 철도부문이 7조원으로 14% 각각 줄었다. 다만, 가덕도신공항 등 신공항 8곳 예산은 1조2000억원으로 올해(7000억원)보다 늘었다. 이중 가덕도신공항(9600억원)이 예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덕신공항은 올해(5300억원)보다 80%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도로 철도 완공 노선이 다소 많았다. 대신 신규 사업은 초기에 설계비라든지 이런 건 소액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급여 100만원 인상···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원 확대
체질개선을 위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론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최대 250만원으로 100만원 올리고,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원을 5일에서 20일로 확대한다. 연 1회, 2주 사용 가능한 단기 육아휴직도 신규 도입한다. 사업주와 동료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대체인력지원금을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하고 월 20만원 규모의 육아휴직 업무부담 지원금을 신설한다.
필수의료 확충, 지역의료 복원을 위해 5년간 국가재정 10조원, 건강보험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교수,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4000억원을 투입하고,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응급헬기 등 필수의료 분야에 3000억원, 지역거점병원 현대화,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 지역의료 분야에 6000억원을 배정했다.
안전사회·중추외교 관련 최근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하는 전기차 안전 관련,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스마트제어 충전기를 9만5000기 보급한다. 올해 2만3000기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 리튬배터리 화재대응 기술 등 R&D 투자엔 129억원을 배정했다. 올해예산(39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제어 충전기 지원을 2만개에서 10만개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군처우개선을 위해 병사 봉급(병장 기준)은 165만원에서 205만원으로 올리고, 군간부의 1인1실 숙소도 확충한다. 북한이탈주민 정착기본금은 현행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인상한다. 인상률은 50%로 역대 최대수준이다.
◇내수침체 속 재정기조 우려 제기···“기업 밸류업 등 선택과 집중 필요”
내년 예산안을 두고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복지 등 재정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내수부진이 심화하면서 재정확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기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고물가 같은 당면한 민생대책, 저출생·기후위기 대응 등을 감안할 때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수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정을 확대한다고 내수진작에 큰 도움이 되진 않고,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가계빚을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단 분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를 좌우하는 가처분소득이 줄어있다. 정부가 재정, 금리정책으로 도와주더라도 국민들은 부채 상환에 대부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긴 안목에서 R&D, 기업 밸류업 쪽으로 재정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