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정‘연대채무’ 채무자 누구든지 변제하면 나머지는 부담 사라져
김희영, 가정법원 판결 나흘 만에 위자료 입금···항소포기서도 제출
노소영 “협의 없었다···‘돈만 주만 그만’ 인식” 불쾌감 표시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가 지난 26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입금했다. 부진정연대채무자인 김 이사의 채무 변제로 최 회장의 채무 변제 또한 완료됐다.
노 관장 측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냐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이사는 전날 노 관장의 계좌에 20억원을 송금했다. 서울가정법원이 “김 이사와 최 회장이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한 지 나흘 만이다. 김 이사는 또 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항소포기서를 냈다.
자신과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사실상 부부와 같은 공개적인 행보가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자신이 최 회장과 만나기 전 최태원-노소영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상태였고, 그 주된 책임이 노 관장에게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이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라움 박종우 변호사는 “판결 원리금 송금 직후 제1심 판결에 대한 항소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판결 원리금 송금은 항소를 전제로 한 가지급금이 아니라, 판결을 존중하고 이에 따르겠다는 확정적인 채무 변제금이다”라고 밝혔다.
김씨가 위자료를 완납함에 따라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20억 위자료 지급 명령받은 최 회장은 별도로 위자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 책임이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진정연대채무란 ‘진정하지 않은 연대채무’로서 서로 별개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채무이지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를 의미한다. 동일한 내용의 채무에 대해 수 인의 채무자가 각각 변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므로 채무자 중 아무에게나 채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채무자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자들은 채무를 면하게 된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이혼소송에서 20억원 이상의 위자료가 재산정되면 최 회장은 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하면 된다. 위자료가 20억 원보다 적게 책정된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노 관장은 별개의 소송(손해배상)을 통해 확정받은 위자료를 반환할 의무는 없다.
이 같은 김 이사 측의 위자료 입금에 노 관장 측은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상간녀(김 이사) 측에서 아무런 사전 협의 또는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원고 노소영의 계좌로 판결금으로 보이는 금액을 입금해 왔다”며 “일방적인 송금 행위는 ‘돈만 주면 그만 아니냐’는 인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노 관장의 개인정보인 계좌번호 정보를 어떤 경위로 알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이사 측은 소송과정에서 노 관장이 제출한 증거에서 계좌번호를 확인한 것으로 판결금 이행에는 법령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 관장 측이 항소할 경우 소송은 계속된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청구액 30억원 중 일부가 기각됐으므로 소의 이익이 있어 항소는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