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바이오·헬스케어 강세
IPO 시장서도 상장 채비 나선 기업들 다수 나와 눈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상장 채비에 나서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증시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훈풍을 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심사 속에서 바이오·헬스케어 IPO가 다시금 대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항암제 ADC(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개발사 인투셀은 전날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2015년 설립된 인투셀은 ADC의 핵심인 ‘링커’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 입성에 나선다. 

이 같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IPO 도전은 최근 들어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같은 날 방사성의약품 전문 기업이자 코넥스 상장사인 듀켐바이오도 코스닥 이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듀켐바이오가 2014년 코넥스에 상장한 것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코스닥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CAVD) 치료제 개발사인 레드엔비아는 지난 19일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청구했고, 지난달 23일에는 항진균제 신약 개발 기업인 앰틱스바이오가 예비심사 단계에 들어섰다. 이 밖에 동국제약의 계열사인 동국생명과학, 최근 1조원대 기술 수출을 한 오름테라퓨틱도 앞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바이오·헬스케어가 최근 수년 동안 IPO 시장에서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모습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은 2010년대 말 주요 종목들이 임상실패와 횡령 이슈 등 갖은 악재가 발생했고 지난 2022년부터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IPO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바이오·헬스케어 IPO가 다시금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투자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헬스케어와 같은 성장업종은 유동성이 풍부할 때 빛을 발하는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곧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앞선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례행사인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때가 왔다. 인플레이션의 상승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내달 18일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61.5%, 0.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38.5%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행보도 투심을 자극하고 있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가 꼽히는데, 렉라자는 지난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용법 허가를 받았다. 국산 항암제가 FDA 승인을 받은 것을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만 금융당국의 심사 강화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바이오·헬스케어의 IPO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이익 미실현 기업들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고 있고 심사 기간도 길어진 추세”라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상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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