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보험이익은 늘었지만 신계약 CSM은 급감
규제강화·경쟁격화 '충격'···수익성·판매실적↓

/자료=동앙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동앙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동양생명 보험영업 이익이 올해 2분기 증가했지만 영업 전선엔 ‘빨간불’이 켜졌다. 당국의 규제 강화와 보험시장 경쟁 격화의 ‘직격탄’을 맞아 신계약 규모가 쪼그라들고 수익성도 악화된 것이다. 특히 동양생명은 매각을 앞두고 있기에 부진한 신계약 실적이 회사 몸값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올해 2분기 보험영업이익이 806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43.2% 늘었다. 1분기에 예실차 부문에서 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2분기엔 159억원의 이익을 거둔 결과다. 그 결과 투자영업 부문에서의 부진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동양생명 2분기 실적을 두고 웃을 수 없단 것이 업계 평가다.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이익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분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39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1.9% 급감했다. 증시에 상장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핵심 상품인 사망(종신)보험, 건강보험이 각각 67, 33% 크게 줄었다. IFRS17이 도입된 지난해 이후 가장 부진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24% 빠졌다. 

CSM은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보험사가 상품 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 규모를 추산한 값이다. 이 규모가 클수록 보험사는 향후 보험 사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이익이 늘어난단 의미다. 각 상품의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할 현금유입(보험료)과 유출(보험금, 사업비)과 연관된 손해율, 해지율, 사업비율 등 계리적 지표를 과거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추정해 산출한다.      

동양생명은 금융당국의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 강화로 생보사 업황이 악화된 충격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은 단기납 종신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던 곳이다. 종신보험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납 상품마저 판매를 늘리기 어려우면 생보사는 건강보험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등 제3보험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 시장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장악했다. 대형 생보사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고 수익성을 깎는 강수를 뒀다. 

실제로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로 동양생명의 2분기 사망보험 신계약 판매 규모(연납화보험료)는 86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3% 크게 줄었다. 다만 사망보험 신계약 수익률은 63%로 직전 분기 대비 큰 차이는 없었다. 반면 건강보험 경쟁 격화는 수익성 악화와 판매 감소 모두를 초래했다. 수익률은 104%로 23%포인트 하락했고, 신계약 연납화보험료는 6890억원으로 18.4%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당분간 생보업 시장이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업 부진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은 또 다시 보험사의 CSM 산출 방식에 대해 규제할 움직임을 보인다. 당국은 보험사가 CSM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해 무·저해지 보험상품에 대한 해지율 가정 값을 낙관적으로 정한다고 본다. 당국의 규제가 시행되면 보험사들의 전체 CSM이 5%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은 무·저해지 상품 구조를 갖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판매했기에 규제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실적이 매각을 앞둔 동양생명의 몸값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CSM은 보험사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핵심 지표다. CSM이 향후에 성장할 확률이 낮다면 그만큼 보험사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은 우리금융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회사 매각을 논의 중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실사를 마쳤다. 막판 변수로 가격만 남은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부정대출 사건으로 동양생명 인수에 있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이 문제지만, 다자보험은 동양생명의 신계약 실적이 줄어든 것이 신경쓰일 것”이라며 “동양생명이 어느 정도 가격에서 이뤄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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