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의혹’ 변호사법 위반 혐의 기소 후 징계 이어져
“통상 형사재판 확정까지 심의 정지···예단으로 징계 안 해”
2024년 8월 징계시효 만료···변협, 26일 정례 회의서 결정

권순일 전 대법관. / 사진=연합뉴스
권순일 전 대법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 ‘제명’ 의견으로 변호사 징계를 밟고 있다. 이 절차는 형사판결 확정시까지 정지될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 윤리위는 최근 권 전 대법관을 ‘제명’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직권으로 징계위원회에 징계 개시를 청구했다. 변협은 당초 조사위원회에서 조사 후 청구 여부를 결정하려 했으나, 여러 사정을 감안해 직권으로 징계 개시를 청구했다.

변호사 징계는 영구 제명, 제명, 정직, 과태료, 견책으로 5단계가 있는데, 제명은 두 번째로 높은 수위다.

다만 이 징계는 형 확정시까지 정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로 징계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변협 관계자는 “변협이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제명을 양정(量定)으로 해서 징계위원회에 징계개시 청구한 것이 맞는다”면서도 “이는 다음 달 징계 청구 시효가 만료되는 내용이 있어 직권으로 징계 개시를 청구한 것이고, 통상 형사재판이 진행되면 징계위에서 이 심의를 정지해 놓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실로 유죄를 예단해 징계를 하면 향후 행정소송 등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판결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 심의를 중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부연했다.

변협 징계위원회는 오는 26일 정례 회의를 열고 심의 중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지난 7일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이튿날 변협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석달 뒤인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대장동 개발비리’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운영하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이 별도의 사무실에서 단순 법률자문을 훨씬 뛰어넘는 변호사 직무를 수행했음에도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변호사법상 징계시효는 행위 시점으로부터 3년이다. 권 전 대법관이 2021년 8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면 그 시효는 이달 만료된다.

권 전 대법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고문변호사나 자문변호사가 아니라 화천대유 ‘일반 고문’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앞서 권 전 대법관의 변호인 박태석 법무법인 월드 대표변호사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법리적으로 사내 변호사와 같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한 것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은 소송 관여 의혹도 ‘대형로펌에 맡기는 게 좋다’는 정도의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는 별도의 입장표명 없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인 법리다툼을 벌일 계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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