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호실적 기록했지만 연체율 여전히 높아
자체카드 사업 확대 시작하면서 건전성 지표 악화 지속
연체율 상승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하반기 실적 악영향 줄 수도
실적과 연체율 사이서 유동적인 운영 필요···BC카드 "전체 채권잔액 감소 따라 연체율 상승"

BC카드 실질 연체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BC카드 실질 연체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BC카드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연체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을 위해 자체카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건전성 지표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분석이다. 향후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고려한다면 실적과 연체율 사이에서 유동적인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 올해 상반기 실질 연체율은 1.82%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2.08%)보다는 0.26%포인트 개선됐지만 0%대를 오랜 기간 유지했던 BC카드였던 만큼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판단이다.

실질 연체율은 대환대출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빌린 후 만기 내 갚지 못한 고객이 카드사의 재심사를 거쳐 받은 대출을 뜻한다.

앞서 BC카드의 지난 1분기 실질 연체율은 2.08%로 나타났다. 통상 카드업계에서는 실질 연체율이 2%대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경기 침체나 건전성 위험 신호로 측정됐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BC카드는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0%대 실질 연체율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1.60%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1%대에 머물렀고 올해 1분기에는 2%대 수준까지 올랐다. BC카드가 2%대 연체율을 기록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에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무작위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며 소비를 조장하다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 사태의 여파가 진정된 이후 처음으로 연체율이 2%대로 치솟은 것이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역시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3%로 집계됐는데 1분기(2.23%)와 비교하면 0.8%포인트 개선됐지만 0.97%에 불과했던 지난해 동기 대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취급한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NPL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BC카드는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3%로 카드사 중 가장 낮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BC카드 연체율 상승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자체카드 사업 확대와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본업을 할 때는 없다시피 했던 부실채권이었지만 BC카드가 신용판매 업무에 진출하면서 연체율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BC카드의 본업은 카드 결제 거래의 전표(영수증)를 매입하고 처리하는 업무였다. 고객에게 직접 신용판매를 하지 않고 카드사와 가맹점 간 거래에 대해 결제 금액과 수수료를 정산하는 일을 맡아 왔고 이는 연체와는 거리가 먼 영업방식이었다.

하지만 BC카드 결제망을 빌려 쓰던 주요 카드사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영업수익에 비상이 걸렸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주요 고객사가 자체 결제망 구축에 일찍이 뛰어든데다 KB국민카드의 경우 PA(Processing Agency, 프로세스 대행)업에 진출하면서 BC카드를 위협했다. 최근에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우리카드마저 이탈하면서 신사업 진출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결국 BC카드와 자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고 신용을 빌려주고 이익을 창출하면서 결과적으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의 연체채권 비중이 높아지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9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BC카드이지만 연체율이 상승하면 대손충당금 비용이 증가한 만큼 향후 순익 개선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카드채 금리는 여전히 높고 경기 침체도 이어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 영업환경 역시 열악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BC카드만의 유동적인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BC카드 관계자는 "전체 채권 잔액이 감소했고 연체율 산식상 분모가 작아지면서 연체율이 늘어난 현상"이라며 "한계 채무자 구제를 통해 상생금융을 지속 실천하고 부실채권 및 연체율 관리를 위한 관리방안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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