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 823억원 규모 유증 계획 발표
소송 이슈 등 불확실성 탓 청약 흥행 불확실
주가는 하한가···KB증권, 실권주 악몽 되풀이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당뇨용 의료기기 사업을 진행하는 이오플로우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가운데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 흥행을 이끌지 주목된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연이은 지분 희석 이슈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딜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번 이오플로우의 유상증자 규모는 823억원으로 시설자금에 50억원, 운영자금에 573억원, 채무상환에 나머지 2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오플로우가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오플로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유상증자 마무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주주 외면에 실권주가 발생하고 일반 청약에서도 미달이 날 경우 대표 주관사를 비롯한 인수단이 이를 떠안아야 한다.
KB증권은 앞서 바이오·헬스케어 유상증자 주관과 관련해 좋지 못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KB증권은 2022년 바이오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상증자 실패로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가 됐다가 200억원대 손실을 보고 손절했었다. 지난해에는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인 미코바이오메드의 유상증자 실패로 155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은 바 있다.
반대로 긍정적인 사례도 있었다. KB증권이 유상증자를 주관한 신라젠이 대표적이다. 신라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2위로 이끌었던 항암 신약의 임상 실패와 전현직 임원들의 횡령과 배임이 나오며 한때 상장폐지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기사회생했고 올해 6월 진행했던 103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구주주 청약률 87%, 일반공모 청약률 494.46%로 완판에 성공했다.
이오플로우의 경우 아직 영업비밀 침해 피소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이오플로우는 체외용 인슐린 주입기 ‘이오패치’ 개발로 시장의 큰 조명을 받았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이 1조원을 들여 이오플로우 인수에 나설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 인슐린 펌프 개발 기업 인슐렛으로부터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관련 피소를 당하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오플로우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인슐렛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인슐렛은 지난 6월 유럽특허청(EPO)에 같은 내용의 특허를 등록하고 이오플로우와 이오플로우의 유럽연합(EU) 유통사인 메나리니에 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 등 가처분을 각각 신청한 상태다.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는 점도 유상증자 성공 저해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오플로우는 앞선 2월 운영자금 17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여기에 다시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지분 희석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조달자금 사용처가 운용자금과 채무상환에 집중됐다는 점도 소액주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이오플로우는 하한가에 장을 마쳤다. 이오플로우는 전날 대비 29.94% 하락한 8730원에 장을 끝냈는데 이는 유상증자 주당 예상가인 9040원을 밑도는 수치다. 이오플로우가 주당 9000원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KB증권을 비롯한 주관사단은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가 인슐렛 제품의 구동부 대비 전력 효율성이 높아 경쟁력이 있다는 점,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시장이 연간 약 7.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국내 건강보험 적용 및 해외 신규 시장 확대에 따른 향후 수주 및 매출 증대가 기대되고 있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허 소송의 승소 기대감이 남아 있다는 점도 청약 수요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5월 인슐렛이 특허 소송과 함께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미국 법원으로부터 취소 결정을 끌어 내며 희망의 싹을 틔운 바 있다. 내년 초 최종 판결에서 승소하는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이번 유증이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한편 이오플로우는 오는 10월 28일 신주 발행가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신주는 기존 주주 청약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11월 22일 상장될 예정이다. KB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한양증권, 인수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인수비율은 각각 35%, 35%, 3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