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암흑기 끝? 투심 회복 기대
상반기 벤처투자 비중 '바이오' 2위 차지
美 연준,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국내 증시 전반으로 긍정적 전망 제시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의 투심이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2분기 호실적 발표와 함께 전염병 재확산에 따른 치료제, 진단 제품을 보유 기업들에게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다. 특히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글로벌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투심이 악화됐다.
또 올해 초에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부적정을 받은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받고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투자자들로부터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HLB·큐라클 등 신약 기대감이 컸던 기업들이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며 위축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를 더욱 끌어내렸다.
다만 내달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도 투자 회복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들이 발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엠폭스가 재확산되면서 진단·치료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 및 제약·바이오 전문 시장조사 업체 딜포마(DealForma)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텍이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통해 조달된 금액은 44억달러(약 5조87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35억달러), 지난해(29억달러) 연간 규모를 넘어선 수준이다. 글로벌 바이오텍들이 올 하반기까지 IPO를 통해 연간 조달할 금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6억달러(약 8조8000억원)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는 리포트를 통해 “신경학, 당뇨․비만으로 대표되는 내분비학, 자가면역 질환이 제약바이오 투자 질환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기준금리도 이제 주춤하거나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 분위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VC 투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바이오의료에 대한 신규 VC 투자는 42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8% 증가한 수준이다. 업종별 신규 투자 비중은 ICT 서비스(32.1%)에 이어 바이오·의료가 15.7%를 차지하며 전체 업종 중 2위를 차지했다.
셀트리온과 휴젤, SK바이오팜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상반기 호실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놓은 것도 업계의 신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제약사들 역시 의료 대란에 여파 따른 국내 처방·영업 환경 악화에도 2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신약 연구개발을 주업으로 삼는 바이오 벤처들은 글로벌 기술이전 체결 소식을 연이어 발표하며 기업 가치 상승에 힘을 싣기도 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오름테라퓨틱, 아리바이오, 지놈앤컴퍼니, 에이프릴바이오 등 벤처 규모의 바이오 기업들이 최소 수십억원대에서 최대 1조원대 딜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내외 투자 환경 개선에 따른 투심 회복과 별개로, 기업들이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명확한 성장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단기적인 수혜가 아닌, 투심 회복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성장 전략을 필두로 연구 및 실적 성과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과 2021년 제약바이오 종목들에 투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기업 가치가 거품이었다는 오명을 얻은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는 확실한 성장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시장 여건들이 투심이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을 점점 갖추고 있는 건 맞다”며 “다만 기업들은 R&D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적인 전략을 짜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잘 이용해 단기 자금조달이 아닌, 중장기 성장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