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블록버스터 신약 발전
지난 10월부터 연이어 韓 의약품 FDA 허가
제 2의 렉라자 후보···R&D 확대 발판 삼아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한 신약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었다. 국산 항암제 중 처음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렉라자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산 신약이 FDA 승인을 따낸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FDA는 미국 현지시각 기준 지난 19일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정맥주사(IV) 제형과 유한양행의 렉라자 병용요법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치료제는 연내 미국 출시를 통해 환자 처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렉라자는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가 개발해 유한양행으로 기술이전한 폐암 치료제다. 이후 유한양행은 3년간 임상을 거쳐 2018년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넘겼다. 국내 판권을 제외하고 전 세계 상업화 및 판매 권리를 얀센에 이전한 해당 계약은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진행됐다. 얀센은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의 목표 매출을 최대 50억달러(6조6000억원대)로 설정했다.

렉라자 외에도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국산 신약들의 FDA 허가 소식이 이어졌다. 셀트리온은 지난 10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을 SC제형(피하주사)으로 변경해 개발한 ‘짐펜트라’를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올해 3월 미국에서 정식 출시 됐다.

GC녹십자는 8년의 도전 끝에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혈액제제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의 FDA 승인 관문을 통과했다. FDA 허가 신청 3번째 시도 만에 얻은 결과다. 휴젤은 지난 2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 50유닛, 100유닛에 대해 FDA로부터 품목 허가받았다. 지난 6월 말 미국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다만 유한양행의 렉라자의 경우 국내 첫 FDA 승인 항암제로 연매출 1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후보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국내 신약 개발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FDA 허가를 따낸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항암 부작용을 치료하는 약이다. HLB도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으로 미국 진출을 노렸지만, FDA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허가에 실패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업계에서는 렉라자 승인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전 세계에서 신약 허가 문턱이 가장 높은 FDA로부터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유한양행이 기술력을 재조명받는 기회가 됐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FDA 승인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국산 신약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유한양행을 향해 “국내 바이오 산업 기술수출 모델의 신뢰도를 높이는 이벤트”라며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렉라자 FDA 승인은 국내 기업들이 당장 연구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한양행은 10년 전 렉라자를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해 임상을 진전시켜 약물 가치를 높였다. 이후 얀센과 글로벌 권리 기술이전을 통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는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2020년대 들어 국산 신약들의 FDA 허가 소식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술 수준이 고무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미국 승인 1호 항암제와 같은 국산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입어 K-신약 위상이 더욱 높아지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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