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신계약 CSM 늘었지만
사망보험은 감소···시장축소·금리인하 '충격'
2분기엔 건강보험도 감소···부진 이어지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올해 상반기 순익이 크게 늘었지만 핵심 사업인 보험영업 부문에선 부진했다. 올해 수익성을 크게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지만 ‘미래이익’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엔 금리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 부진은 더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개별 기준)은 1조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크게 늘었다. 투자영업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투자부문에서 659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핸 3314억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포함되는 영업외이익도 같은 기간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보험영업 부문에선 부진했다. 올 상반기 보험이익은 71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3% 크게 줄었다. 특히 당장 거둔 이익 보다 삼성생명의 보험사업의 성장세가 꺾인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보험계약마진(CSM)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삼성생명의 신계약 CSM은 1조64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크게 깎였다. CSM은 보험사가 상품 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 규모를 추산한 지표다.
삼성생명이 올해부터 시행한 ‘박리다매’ 전략이 통하지 않았단 평가가 나온다. 수익성을 낮추는 대신 판매 규모를 늘려 전체 이익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영업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반기 삼성생명의 신계약 수익성은 13.6%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신계약 수익성 지표는 CSM을 분자로, 향후 보험사가 받을 보험료의 현재가치를 분모로 해 산출한다. 수익성을 낮춘 결과 건강보험의 신계약 CSM을 전년 동기 대비 3340억원(59%)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종신(사망)보험 실적이 크게 깎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사망보험 신계약 CSM은 635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530억원(42%) 감소했다. 건강보험의 증가 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줄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규제하면서 사망보험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금리 하락도 사망보험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종신보험은 환급형 상품이기에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향후 고객에게 돌려줘야할 해약환급금 규모도 커진다. 이는 신계약 CSM의 감소로 이어진다. 삼성생명은 이날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시중금리가 0.1%포인트가 변동함에 따라 사망보험의 CSM이 20억~30억원 움직인다고 밝혔다.
더불어 건강보험 성장세도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올해 2분기엔 건강보험 신계약 CSM이 1분기 대비 약 5%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건강보험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건강보험 만으로 신계약 실적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사망보험 실적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신계약 CSM에서 4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건강보험 실적마저 둔화된다면 전체 신계약 CSM은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에 시중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종신보험의 CSM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특히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올해 두 번 이상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생명 재무 담당 임원은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상반기 금리 하락 등으로 신계약 CSM이 줄었지만 건강보험 CSM은 크게 늘고 있다"라면서 "아직 발표하지 않은 올해 7~8월 건강보험 신계약 CSM은 6876억원에 달한다. 이에 올해 총 신계약 CSM은 3조3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