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상반기 순익 628억원···1년 만에 80% 급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영향
1분기 이어 실적 부진 지속
“수익성 악화, 인수 매력 하락 요인”

7개 전업 카드사 상반기 순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7개 전업 카드사 상반기 순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가운데 롯데카드는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순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연내 매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4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4181억원)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지난해 상반기 3169억원에서 19.7% 증가한 3793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순익이 1년 새 60% 넘게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1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26억원)보다 60.6% 늘어난 액수다.

뒤이어 KB국민카드(1929억원→2557억원)와 삼성카드(2906억원→3628억원)도 각각 32.6%, 24.8%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같은 기간 1572억원에서 1638억원으로 4.2%로 증가했으며 우리카드는 819억원에서 838억원으로 2.3%로 소폭 개선됐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롯데카드는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60억원) 대비 79.5% 감소했다. 지난해 5월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작년 동기(1079억원) 대비 41.8% 줄었다.

상반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조466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비용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순익이 악화됐다. 롯데카드의 영업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1조131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3940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시장 전반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달구조 최적화, 신규 조달금리 인하, 베트남 자회사 흑자 전환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1분기 실적도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551억원) 대비 54.3% 급감하면서 순익 규모가 업계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롯데카드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롯데카드의 연내 매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22년 4월 롯데카드 매각 작업에 착수한 바 있으나 인수 후보자들과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희망가로 3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시장에서는 3조원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올해 롯데카드를 인수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모펀드가 통상적으로 기업 인수 후 3~5년이 지난 시점에 자금 회수를 추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익 실현을 위해 연내 매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매각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2022년 롯데카드 매각 추진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올해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몸값을 인정받으려면 그만큼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인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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