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35만주 취득 및 소각 공시···내년 총 105만주 소각 예정
밸류업 계획 1호 공시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두드러져
PBR 1배 위해선 추가적인 주가 부양 필요···RCPS는 부담 요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키움증권이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공시를 낸 가운데 밸류업 정책의 모범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다른 증권사와 대조적으로 밸류업 계획 공시에서부터 이행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주가가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날부터 올해 11월 15일까지 446억원 규모의 자사주 35만주를 취득하고 내년 3월 중 소각한다는 계획을 전날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내년 기취득 자사주 70만주를 소각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공시로 내년 소각 예정인 주식 수는 105만주로 늘어나게 됐다. 105만주는 발행주식총수의 4.1%에 해당한다.

키움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기존에 발표한 밸류업 계획의 이행 차원으로 분석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5월 말 밝힌 밸류업 계획에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 3년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 15% 달성 ▲별도 재무제표 기준 주주환원율 30% 이상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상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번에 발표한 공시는 주주환원율 30% 이상 달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키움증권은 이를 위해 ▲현금배당 및 자사주 취득 ▲3개년 단위 주주환원책 제시 ▲기취득 자사주 소각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이미 지난해 10월 3개년 단위 주주환원책을 내놨고 올해 3월에는 70만주 소각을 실시한 바 있다.

키움증권이 밸류업 계획 이행에 차근차근 나서면서 모범 사례로 꼽힐지 관심이 모인다. 키움증권은 밸류업 공시 정책이 시행된 이후 전 상장사 중에서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 공시를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관련 주주환원책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내년 5월부터 밸류업 계획 충실도 및 이행 등을 평가해 기업밸류업 우수법인을 선정한다.

특히 키움증권은 경쟁 증권사와 비교하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등을 비롯한 국내 대표 상장 증권사들은 아직 밸류업 예고 공시조차 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미래에셋증권이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냈고 NH투자증권이 확대된 주주환원 정책을 선보였지만 이들도 밸류업 계획 공시는 올리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서 기다려온 신규 자사주 35만주 매입·소각 결정 공시”라면서 “증권주의 양호한 실적발표 이후 밸류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구간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발표했고 이로 인해 지속적인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키움증권의 밸류업 계획이 순조롭게 완수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PBR 0.7배 수준인 키움증권은 PBR 1을 넘어서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길목에 4000억원 규모의 RCPS(상환전환우선주)라는 큰 산이 자리 잡고 있다. 15만417원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이 RCPS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 탓에 주가 상승의 부담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에 이 같은 물량을 받쳐줄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거나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한편 전날 주주환원 공시 영향에 이날 키움증권의 주가가 반응했다. 키움증권은 전날 대비 5.1% 상승한 13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국내 대표 상장 증권사로 구성된 ‘KRX증권 지수’가 1.74%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상승폭이다. 키움증권은 호실적과 주주환원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서만 37% 넘게 상승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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