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 연장했지만 지분 구조 리스크 해소 못해
고파이 예치금 반환 위해서는 바이낸스 지분 매각 마무리돼야
실명계좌 계약 기간 9개월로 짧은데다 인수 추진 중인 메가존 입장 단언 못해
비관론 나왔던 올 초와 비교하면 한 차례 고비 넘겼으나 지켜봐야 할 지점 많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가상화폐거래소 고팍스가 JB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 연장에 성공했지만 지분 구조 리스크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파이 예치금 반환을 위해서는 고팍스 최대 주주인 바이낸스의 지분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돼야 하는데 실명계좌 계약 연장 기간이 9개월로 짧은데다 인수를 추진 중인 메가존 입장도 단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 역시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13일까지 고팍스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위해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 등 서류 제출 절차를 마감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갱신 신고 설명회에서 사전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갱신 신고가 집중될 경우를 대비해 사업자들이 사전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미비 서류를 미리 알려주겠다는 취지다.

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 수리일로부터 3년이 되기 45일 전까지 갱신신고를 마쳐야 한다. 고팍스의 경우 신고 만료 45일 전은 올해 10월 24일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고팍스는 JB전북은행과 실명인증계좌 계약을 9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고팍스는 다음달 13일까지 실명계좌 계약서, 대주주 명부 등 서류를 포함한 사전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화폐거래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원화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는데 고팍스의 경우 JB전북은행과 재계약을 통해 실명계좌 문제는 해소했지만 고파이 예치금 반환을 위해서는 대주주 항목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자체 예치 서비스다. 지난 2022년 11월 협력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LLC)의 인출 중단으로 인해 원리금 지급을 중단했었다. 현재까지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용자는 3200여명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계좌 연장으로 고파이 미지급금 등 자금을 마련할 다양한 방법들을 찾을 시간은 얻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대주주 지분 매각 등 정리를 해야 고파이 투자금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팍스의 최대주주인 바이낸스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메가존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67.45%를 갖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바이낸스 지분을 10% 미만으로 남길 것을 고팍스에 요구한 데 따라 지분 58%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메가존의 지분 인수 여부다. 메가존은 지난달 17일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갱신 신고 수리가 투자의 전제 조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존이 고팍스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갱신 신고 수리가 필요하고 당국은 갱신신고 수리의 전제로 바이낸스의 지분 축소(메가존 지분 인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전제가 꼬리를 계속 물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갱신 신고 및 메가존 인수가 불발된다면 고파이 미지급 사태 해결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종 지분 매각이 되어야 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고파이 미지급금 반환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당국 요구 조건 역시 만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에 연장된 JB전북은행 실명계좌 계약이 1년이 아닌 9개월로 이뤄져 기존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만 유지된다는 점에서 바이낸스 지분 매각 기간이 촉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관론까지 나왔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실명계좌 연장으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지점이 많다"며 "원만하게 지분 매각이 될 수 있도록 고팍스가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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