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림의 ‘맛’다른 여행 20

 

자연과 건축, 예술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지금 나오시마로 떠나보자.

나오시마 하면 떠오르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나오시마 하면 떠오르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나오시마!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좋아한다면, 해외 미술관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어 하는 섬이다.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가야 하는 일본 세토 내해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을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각종 건축 폐기물로 가득한 일명 ‘쓰레기 섬’이었다. 그러나 베네세 코퍼레이션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이 예술과 환경을 융합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섬의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함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뮤지엄을 건설해 나오시마 섬이 더 이상 ‘쓰레기 섬’이 아니라 ‘예술의 섬’이 될 수 있도록 변화시켰고, 회복시켰다. 덕분에 나오시마 섬 안에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안도 타다오 뮤지엄, 그리고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예술가인 이우환 뮤지엄 등 다양한 뮤지엄과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이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의 전경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의 전경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의 전경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의 전경들.

이뿐 아니다. 나오시마 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주는 희망도 있다. 쿠사마 야요이는 호박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어린 시절 가족 농장에서 호박의 둥글고 자유로운 형태에서 느꼈던 안정과 위안을 떠올리며 형태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진 반복적인 점 패턴은 쿠사마의 강박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보여주는데, 이 무한한 반복은 끝없는 상상,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담고 있다. 그녀는 예술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고, 생명력과 풍요를 상징하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을 넘어 이 섬을 방문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쿠사마의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 섬이 자리한 세토 내해의 대표적인 조형물이 되었고, 그녀의 희망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되었다. 이쯤 되니 섬 자체가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있는 느낌이다.

 어느 스폿에서든 뷰가 끝내주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어느 스폿에서든 뷰가 끝내주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어느 스폿에서든 뷰가 끝내주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어느 스폿에서든 뷰가 끝내주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노란 호박이 유명한 곳에서는 호박 요리를!  뮤지엄 카페에서 맛본 호박 수프와 포모도로 스파게티. 
노란 호박이 유명한 곳에서는 호박 요리를!  뮤지엄 카페에서 맛본 호박 수프와 포모도로 스파게티.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내에는 이 희망을 가득 향유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양식은 물론이고 일본의 가이세키 정식을 맛볼 수도 있고, 가벼운 커피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쿠사마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노란 호박으로 만든 수프와 빨간 포모도로 스파게티를 함께 즐겼다. 나오시마 섬에는 쿠사마의 노란 호박과 빨간 호박 조형물이 두 점 있는데, 색상 때문인지 그 두 점 모두를 내 마음에 품고, 쿠사마의 희망의 메시지를 오롯이 흡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아름다운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치유의 공간임을 깨달았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일상에 지친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고,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나오시마 섬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오그림@ohgrim_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공유하고 알려주는 브랜드 ‘아트살롱 오그림’을 운영한다. 여행을 좋아하며,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에 특히 더 애정을 느낀다.


CREDIT INFO

editor    심효진
words    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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