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농협은행 넘어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 상반기에도 호실적 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주요 시중은행과 맞먹는 실적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이 1조3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거뒀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순익이 가장 적은 농협은행(1조2667억원)보다 약 500억원 더 많은 규모다.
올해도 실적이 늘어난 이유는 투자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5190억원을 거둬 작년 동기 대비 약 50% 크게 늘었다.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오르는 등 자산 평가이익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보험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1조198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이익은 줄었지만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성장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CSM은 13조955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약 6500억원 늘었다. 향후 보험이익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2분기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CSM은 직전 분기 대비 15% 크게 줄어든 점은 고민인 부분이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DB손보도 호실적을 거두면서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순익은 1조124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2%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농협은행과 비교해 약 1400억원 밀린 규모다. 보험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1조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투자이익도 3750억원을 같은 기간 22.7% 급증했다.
CSM도 지난해 말 대비 약 7000억원 늘어난 12조945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DB손보도 2분기 신계약 CSM이 1분기 대비 4% 감소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운전자보험, 간편보험 등 상품경쟁력 기반의 보장성 신계약 성장에 따른 보험계약마진(CSM) 증가세로 인해 실적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3위는 메리츠화재다. 상반기 별도 기준 순익이 99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보험손익이 전년동기 대비 21.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장기보험 손익이 전년동기 대비 1500억원 이상 늘어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것이 메리츠화재의 설명이다. 투자손익은 자산운용과 양질의 금리부 자산 확보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3959억원을 기록했다.
4위를 기록한 현대해상도 역대급 실적 기록을 썼다. 상반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67.6% 증가한 8330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보험이익이 90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급증했다. 핵심 수익원인 장기보험은 호흡기 질환 관련 손해액 개선 및 일부 질병담보 청구 안정화 등으로 보험금 예실차 손익이 1370억원 개선됐고, CSM 및 위험조정(RA) 상각 수익이 280억원 증가한 결과다. 반면 투자손익은 20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0% 줄었다.
KB손해보험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5위를 유지했다. 상반기 당기순익은 57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늘었다. 보험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한 6882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6월 말 기준 CSM도 9조6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00억원 넘게 늘었다. 반면 투자이익은 10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크게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