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노조 "데이터 안보고 참여 결정 가능한가"
"재입찰 참여 전 이사회 열었는지도 의문"

서울 강남 메리츠화재 본사 / 사진=메리츠화재
서울 강남 메리츠화재 본사 / 사진=메리츠화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매각 재입찰에 ‘깜짝’ 참여한 것을 두고 MG손보 노조 측에서 메리츠화재와 금융당국 간의 사전 협의 의혹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재무 데이터를 열람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메리츠화재가 재입찰 전 이사회를 열었는지도 의문이란 의견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최근 MG손보 매각 재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MG손보 인수를 두고 사모펀드 운용사(PEF)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등 총 세 곳이 경쟁한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기에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경영관리 아래 있다. 이번 매각도 예보가 진행한다.  

이번 메리츠화재의 결정을 두고 노조 측에선 메리츠와 금융당국 간의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가란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진행된 예비입찰엔 참여하지 않은 메리츠가 갑자기 재입찰에 응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MG손보는 수차례 새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금융권의 ‘큰손’들이 입찰에 참여한 적이 없다. 지난 2022년 MG손보가 PEF인 더시드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벌일 당시 대형사인 교보생명이 더시드가 설정한 펀드에 출자하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MG손보의 보험 계약과 재무 관련 데이터를 메리츠화재가 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이러한 의혹의 주된 근거다. MG손보의 현재 경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적어도 공식적으론 없는데 어떻게 참여를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배영찬 MG손보 노동조합 위원장은 “데이터를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메리츠화재가 입찰 참여를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만큼 인수를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메리츠화재가 재입찰 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이사회를 열었는지도 의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배 위원장은 “확인해본 결과 메리츠화재의 임원 중 MG손보 인수 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다”라면서 “이사회를 열었다면 이렇게 소수만 알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메리츠화재와 금융당국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최대한 공적자금을 덜 투입하고 MG손보를 매각하고 싶어한다. 메리츠화재는 자본건전성이 우수한 편이기에 MG손보를 인수한다고 해도 당장의 타격은 없다. 다른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 보다 공적자금을 적게 투입해도 된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선 MG손보의 CSM을 얻는 등 재무적 이익뿐만 아니라 당국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부터 예실차 이익 논란 등 회계적인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에 재입찰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는 것은 이익보다는 손해가 클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MG손보의 CSM을 낮은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점은 이익이지만,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실제로 치루는 비용은 크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MG손보는 소규모 회사이기에 인수하더라도 메리츠화재의 영업력 강화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단 평가다.  

한편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날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MG손보 인수와 관련해 "가격이 적절한지, 그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돼 있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 등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 기준을 살펴봐서, 주주가치 제고에 맞으면 완주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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