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차, 사고유발·범죄악용 우려에도 근절 안돼···당국, 대포차 규모조차 파악 못 해
“불법인 차량 질권 설정, 처벌규정 미비로 유명무실”···이달 중 대응법안 나올 듯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교통질서를 흔들고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차를 근절해야 한단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사후적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정확한 대포차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불법인 자동차에 대한 질권설정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해 대부업자들의 대포차 양산을 막아야 한단 진단과 함께 조만간 관련 법안도 나올 예정이라 입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명의이전 없이 무단 거래, 점유해 자동차 등록원부상 소유자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이른바 대포차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엔 대포차를 불법 체류자에게 팔기 위해 폐차장에서 차량 번호판을 훔쳐 대포차에 부착한 외국인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대포차는 법인이 부도나면서 자동차를 넘기거나, 렌트카 업체를 운영한다는 식의 거짓말을 해 명의대여를 받아 차량을 구입하는 식으로 생겨나고 있다. 채무자가 돈을 빌리며 차량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경우도 있다. 

대포차는 실제 운행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세금 체납, 교통법규 위반 등에 따른 과태료와 범칙금을 자동차 소유자에게 전가하게 돼 대포차 운전자는 과속, 신호위반, 위협운전, 뺑소니 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한 유명 연예인 손자가 대포차에 뺑소니 피해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포차는 특히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 문제를 일으켜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은데 대포차 특성상 수사도 쉽지 않다. 최근 대포차로 추돌사고를 내고 도주한 사건의 경우 번호판과 일치하는 차가 없어 수사가 중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 사고가 난 뒤 번호판을 떼고 버려둔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차들이 생태공원주차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부산 사상구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 사고가 난 뒤 번호판을 떼고 버려둔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차들이 생태공원주차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포차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지만 당국은 대포차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생연대 관계자는 “2009년 국민권익위는 70여만 대 이상,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약 16만대로 추정했다”며 “국토부,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매년 한 달간 시행하는 불법 자동차 집중단속에서도 대포차가 매년 1만여대가 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포차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보니 대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당국도 그간 단속을 넘어 여러 제도적 보완책들을 내놓았다. 대포차 관련 법제는 자동차관리법상 운행정지명령제도 및 대포차 처벌 규정, 차량 수배 제도, 자동차번호판 영치 제도, 자동차 인도 청구 소송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21대 국회 막판엔 대포차 처벌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의 대책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이 사후적 대책이란 한계가 있어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회 내에선 질권 설정으로 발생한 대포차에 대한 대응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채무자가 돈을 빌리며 차량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자동차 담보대출을 진행할 경우 불법적 차량 인도는 금지규정은 명확하게 있으나 처벌규정이 없다. 특정동산 저당법상 자동차는 질권 설정 금지이지만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보니 대부업자들이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자동차를 넘겨받고, 이를 사용, 운행하거나 합법적 명의 이전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겨 대포차로 유통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현재 자동차 등 특정동산의 질권설정에 대한 처벌규정을 명시한 특정동산 저당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동산 저당법상 질권설정 금지조항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은 금지조항을 위반해 질권설정만 해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했다. 질권설정을 업으로 하거나 질권설정 후 사용·운행한 경우, 질권설정된 특정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특정동산의 질권자로부터 특정동산을 양도받아 사용 운행한 자 등 사실상 대포차 유통에 가담하고 이를 악용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벌칙조항을 추가해 대포차를 운행, 유통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이달 내에는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에 대한 질권설정 금지규정에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면 대포차 발생을 사전에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생연대 관계자는 “대포차의 가장 큰 경로 중 하나가 대부업자들이 차량 담보대출을 해서 질권설정을 하는 것이다. 차를 맡아줬다가 돌려주지 않거나, 타인에게 양도, 양수하거나 대부업자가 직접 사용해버리면서 발생하는게 가장 크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대포차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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