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아닌 15일 기준 분배금 지급···올해 초 출시 후 벌써 7개로 늘어나
후발주자나 경쟁력 열위 ETF 차별화 가능···‘격주배당’ 내세워 투자자 유혹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자산운용사들의 월배당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당기준일을 월말이 아닌 매월 15일로 삼는 월중배당 ETF가 늘어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월말배당 ETF와 더불어 월중배당 ETF를 매수하면 2주마다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잇따른 월중배당 ETF 출시는 주로 시장 구도가 이미 굳어진 ETF간 경쟁에서 비교열위에 있는 ETF의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틈새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 늘어나는 매월 15일 배당 ETF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자산운용이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상장하면서 국내 월중배당 ETF는 기존 5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는 2011년 10월 상장한 미국 대표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의 국내 버전으로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를 추종한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출시됐으며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는 4번째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출시하며 앞서 출시한 3종의 ETF와 달리 지급기준일을 매달 15일로 하는 월중배당 ETF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월중배당 ETF는 국내에서 올해 1월 1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 ETF’가 최초다. 해당 ETF는 미국 나스닥100지수 내 상위 10개 기업인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ETF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출시된 월중배당 ETF는 삼성자자산운용이 올해 3월 4일 상장한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다.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월중배당 ETF 출시에 합류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4월 23일 ▲ACE 미국500 15%프리미엄분배(합성) ETF ▲ACE 미국반도체 15%프리미엄분배(합성) ETF ▲ACE 미국빅테크7+ 15%프리미엄분배(합성) ETF 등 3종의 커버드콜 ETF를 상장했다.

월중배당 ETF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음달부터 지난해 6월 상장한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 ETF의 분배금 지급기준일을 기존 월말에서 매월 15일로 변경한다고 밝힌 상태다.

월중배당 ETF를 편입하면 포트폴리오상 한 달에 두 번 분배금을 받는 격주배당이 가능하다. 퇴직연금 수급자의 경우 월중배당 ETF로 미국이나 유럽처럼 서구권처럼 2주마다 임금을 받는 ‘주급제’를 만들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주급제가 월급제보다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며 특히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원활하고 안정적인 소비생활에 도움을 주는 제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소득층 퇴직연금 생활자의 경우 격주배당이 더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 틈새시장 공략···결과는 성공적?

자산운용사들이 월중배당 ETF를 늘리는 배경에는 상품력에서 비교 열위가 입증되거나 시장 구도가 이미 결정된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차별화하려는 틈새 전략이 숨어있다.

동일 종류 ETF라면 운용규모가 클수록 기타비용 등 숨겨진 수수료가 더 싸고 거래량이 많아 환금성도 좋다. 동일 ETF 경쟁에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삼성자산운용이 전날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월중배당으로 출시한 이유도 기존에 출시됐던 타 자산운용사의 미국배당다우존스 3종의 입지가 이미 탄탄하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순자산총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1조1841억원,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가 5966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가 3769억원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3월 상장한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 역시 같은 맥락에서 월중배당을 선택했다. 기존 부동산리츠ETF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19년 7월 19일 출시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가 절대적 우위에 있기에 삼성자산운용은 차별화를 위해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를 월중배당으로 내놓았다.

3월 5일 기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의 순자산총액은 3727억원이었고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는 144억원이었다.

전날 기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의 순자산총액은 5223억원이고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는 812억원이다. 지난 5개월동안 순자산총액 증가 금액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가 많지만 증가율은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가 더 높다. 틈새전략으로 선택한 월중배당 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일단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데는 성공한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음달부터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를 월중배당으로 변경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SCHD 국내판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와 더불어 SCHD에 커버드콜 전략을 결합한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도 동시에 출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원조 SCHD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과 두자릿수대 분배율을 보여주는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에만 쏠렸다.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는 ETF는 애매하다는 평가 속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전날 기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순자산총액은 6804억원에 달한다.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의 순자산총액은 536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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