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 달성
11번가 인수 노렸지만···티메프 여파, 사실상 실패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아시스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냈다. 오아시스는 수익성 강화, 내실 다지기에 나서며 국내 유일 흑자 이커머스 타이틀을 유지했다. 한 차례 미뤄졌던 IPO(기업공개) 재추진에 탄력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올 상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내며 창사 이래 1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며 연평균 27%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오아시스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오아시스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오아시스는 올 상반기 매출 2599억원, 영업이익 135억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영업이익은 무료 187%나 늘어난 규모다. 오아시스는 올 상반기 지난해 누적 연간 영업이익(133억원)을 반년 만에 경신했다.

오아시스는 외형뿐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나섰다. 오아시스는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량기업을 상징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299%이며,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은 1300억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한 189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오아시스의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도 2021년 23.5%에서 지난해 25.7%로 낮아졌다. 사업 구조가 비슷한 컬리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같은 기간 32.7%에서 36.6%로 올랐다.

이번 오아시스는 역대급 실적을 낸 이유로 ‘온라인 배송 성장’을 꼽았다. 오아시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온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며 전체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오아시스마켓을 월 6회 이상 이용하는 충성 고객의 매출 비중은 85% 늘었고, 객단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

오아시스는 이같은 실적 상승에 힘입어 IPO 재추진을 검토 중이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 예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오아시스 측은 현재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기 위한 지정 감사 보고서 등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킴스오아시스 2호점 전경. / 사진=오아시스
킴스오아시스 2호점 전경. / 사진=오아시스

유통업계에선 오아시스 IPO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오아시스가 입증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IPO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지난해 코스닥 상장 추진 때도 수익성을 자사 강점으로 삼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 추진 때 7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다.

당시 오아시스 측은 “IPO 시장이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위축돼 투자 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IPO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오아시스는 올해 11번가 인수 승부수를 띄웠다. 11번가 인수를 통해 11번가가 보유한 SK 계열사 고객을 확보하고, 11번가와 파트너십 관계인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을 통해 K-푸드의 해외 직배송을 노리겠단 의도였다.

다만 오아시스는 11번가 인수 방식에 있어 신뢰를 잃으며 사실상 11번가 인수가 무산됐다. 오아시스는 11번가 매각 주체인 사모펀드 H&Q코리아에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즉 지분스왑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매각 측인 H&Q코리아가 현금 없이 오아시스와 루트 주식만 받는 인수합병(M&A)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오아시스가 제안한 지분스왑 방식의 M&A는 큐텐그룹과 동일하다. 큐텐그룹은 앞서 지난 2022년과 2023년 국내 이커머스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를 지분스왑 방식으로 인수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기존 FI(재무적투자자)에게 큐텐 주식을 주고 현금 없이 두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다만 큐텐은 인수 이후 티몬과 위메프의 연간 영업손실 1000억원대를 냈고,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까지 일으켰다.

무엇보다 오아시스는 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아시스만의 ‘한 방’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오아시스가 수년째 충성고객을 통해 흑자를 내곤 있지만 오아시스만의 경쟁력이 약하단 지적이다. 무엇보다 오아시스가 준비 중인 신사업 역시 답보 상태다.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에 AI를 통한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장기적인 수익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신사업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롯데가 1조원을 투자한 오카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현재 1위인 쿠팡도 로봇, 물류센터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오아시스가 경쟁력을 극대화할 신사업 마련이 필수”라고 밝혔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지정감사 보고서 등 상장 준비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올해 AI 카메라를 활용한 무인결제 솔루션을 준비 중에 있는데, 올해 10월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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