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하나25호스팩과 합병 무산되자 직상장으로 재도전
주관사 하나증권→삼성증권 교체···결과에 따라 책임론 불가피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2차전지 검사장비기업 피아이이(PIE)가 상장주관사를 삼성증권으로 교체하고 상장예비심사를 다시 신청했다. 앞서 올해 4월 대형스팩인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이 무산되면서 상장을 철회한 지 넉 달만이다.
피아이이의 상장 재도전은 결과에 따라 여러 후폭풍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아이이가 무난하게 상장에 성공한다면 대형스팩 무용론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전 상장주관사였던 하나증권의 평판 악화도 불가피하다.
반면 몸값이 쪼그라들어 상장하거나 상장이 무산된다면 현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의 역량에 대한 뒷말이 나올 수 있다.
◇ 피아이이, 삼성증권으로 ‘환승’하고 직상장 도전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피아이이는 지난 9일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올해 4월 하나금융25호스팩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부결되면서 상장을 철회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상장에 도전하는 셈이다.
피아이이는 상장 재도전에 나서며 상장주관사를 기존 하나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교체했다. 상장 방식도 스팩합병에서 직상장으로 변경했다. 공모예정주식수는 550만주이고 상장예정주식수는 3761만8000주다.
피아이이는 삼성SDI 출신인 최정일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회사로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2차전지 배터리 결함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외 완성차 업체 및 2차전지 배터리업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에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공모금액이 4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스팩으로 피아이이와 합병상장 성공시 국내 1호 대형스팩 합병 성공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피아이이 상장예비심사에만 7개월이 걸렸고 지난해 12월에서야 겨우 상장심사 승인 결정을 받았다. 피아이이는 올해 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는데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면서 난항이 지속됐다.
피아이이는 고평가 논란에 증권신고서를 계속 정정하며 기업가치를 낮추었다. 최초 제시한 목표 시가총액은 4888억원이었으나 이후 4485억원→4017억원→3760억원→3189→2703억원으로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4월 하나금융25호스팩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합병안건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주주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피아이이는 결국 상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피아이이가 상장주관사를 하나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교체하고 스팩합병 대신 직상장을 선택했지만 원했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실적은 오히려 악화했다. 지난해 피아이이의 매출은 858억원으로 전년 554억원 대비 54.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1억원에서 4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70억원에서 55억원으로 20.8%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길어지고 있고 벤츠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으로 전체 전기차 시장이 수요가 위축되고 있어 업종 전반적으로 투심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주관사 책임론 & 대형스팩 무용론 불가피
피아이이가 상장에 성공하거나 반대로 실패하거나 어느 경우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피아이이가 삼성증권 상장주관하에 원하는 몸값으로 직상장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대형스팩과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상장이 무산됐다는 책임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대형스팩이 합병에 성공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공모금액 960억원의 NH스팩19호를 상장하면서 10여년만에 국내 증시에 대형스팩을 등장시켰고 지난 2021년 10월에도 공모금액 400억원에 달하는 NH스팩20호를 연이어 상장했다.
이후 타 증권사들도 대형스팩 상장에 동참하면서 국내 증시에는 대형스팩 상장이 이어졌다. 2022년 10월 하나금융25호스팩과 삼성스팩7호가 증시에 상장했고 지난해에는 삼성스팩8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NH스팩29호, 신한제11호스팩, KB제27호 등도 상장했다.
하지만 NH스팩19호는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고 올해 1월 상장폐지됐고 NH스팩20호 역시 크리에이츠와 합병을 추진했지만 고평가 논란에 결국 무산되면서 올해 5월 상장폐지됐다. 하나금융25호스팩 역시 피아이이와 합병에 실패했기에 대형스팩 무용론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하나증권으로서는 새로운 기업과 하나금융25호스팩의 합병을 성공시키지 않는 이상 피아이이의 합병무산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통상 스팩은 상장 후 2년 6개월 내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 청산된다. 2022년 10월 상장한 하나금융25호스팩의 실질적 기한은 내년 4월까지인 셈이다.
피아이이가 이번에 쪼그라든 몸값을 감수하고서라도 상장하더라도 기업가치가 줄어든 원인을 놓고 피아이이의 실적 감소와 업황 악화 때문인지 아니면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상장시키지 못한 하나증권의 책임인 지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이아이가 이번에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상장을 철회한다면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 역시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하나증권으로서는 피아이이 상장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