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최측근, 부당대출 내준 지점 관리 본부장 임명돼
"사후관리 위한 인사 아니냐" 의문···우리은행 "본부장 권한 없어"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 사진=우리은행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 사진=우리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한 방식으로 대출을 내줘 문제가 된 가운데, 해당 대출을 시행한 선릉금융센터를 관리하는 강남1영업본부에 손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강남1영업본부장에 우리금융지주 비서실장을 지냈던 A씨를 임명했다. 그는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던 2019년 초에 비서실 부장으로 선임됐고, 2년 후 본부장급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손 회장의 4년 임기 내내 그를 보필한 인물이다.

그런데 해당 인사가 이뤄진 지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은행 내부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관련돼있는 다수의 기업에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대출을 내준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616억원의 대출이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이 주로 이뤄진 곳은 서울 선릉금융센터다. 당시 이곳을 책임졌던 B 본부장은 올해 4월 면직 처리됐다. 

선릉금융센터를 관리하는 지역 영업본부가 바로 강남1영업본부다. 이에 우리은행 내부에선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내준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A씨를 강남1영업본부에 임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은행의 영업점은 기업에 대출을 내주고 난 후 해당 기업의 경영 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작업이다. 해당 기업의 경영 악화 징조가 보이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원리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 강남1영업본부가 개입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A씨가 이 대출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다른 영업본부도 아니고 문제가 된 대출을 내준 영업점을 관할하는 곳에 손 전 회장의 ‘최측근’이 임명된 점은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부당 대출이 손 전 회장이 퇴임한지 1년이 지난 올해 1월까지 이뤄진 점을 미뤄보면 의심은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손 전 회장이 퇴임 후에도 우리은행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특히 A씨를 강남1영업본부장에 발령을 낸 인사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직후였다. 임 회장은 외부 출신이기에 우리은행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진 못한다. 손 전 회장 측 인물들이 인사를 주도할 수 있었단 추측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엔 조력자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릉금융센터 본부장 B씨 외에 과거 서초영업본부장을 지냈던 전직 임원 C씨도 이번 사건에 연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아직 2020년 이전의 대출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인 2017~2019년 동안에도 부당 대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 이 시기 대출이 서초영업업본부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역본부장이 여신에 대해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라면서 "지난해 이뤄진 상반기 인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