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200억원 투자 유치
3분기 내 ‘사피온’과의 합병 전망
합병 시 기업가치 3조원으로 상승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기업인 ‘리벨리온(Rebellions)’이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몸집 키우기’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기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그룹 ‘아람코(Saudi Aramco)’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리벨리온은 중동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SK텔레콤의 AI 반도체 계열사인 ‘사피온(SAPEON)’과의 합병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 설립 당시 엔지니어‧개발진 높은 평가…“아람코 투자, 중요한 분기점”
5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이번 아람코로부터의 투자 유치로 자본금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설립 이후 반도체 관련 주요 국가과제 지원금과 Pre-A 투자를 통해 2021년 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2022년에는 620억원 규모의 Series-A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 올해 초에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약 1650억원 규모의 Series-B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람코의 투자를 받은 리벨리온은 사이디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사우디 정부의 ‘소버린(Sovereign, 주권) AI’ 계획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와 관련해 아람코가 전액 출자한 벤처캐피탈 회사인 와에드 벤처스의 파하드 알이디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사우디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기술 비전 중 하나로 이번 투자는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사우디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또한 “아람코의 투자는 리벨리온의 시장 확대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설립 당시부터 IBM, ARM,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 출신 엔지니어들을 위주로 꾸려졌고, 박 대표를 포함한 오진욱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주요 개발진의 역량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021년 스타트업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K-반도체 전략보고’에 참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 리벨리온의 첫 번째 칩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이기도 했고, AI 반도체 ‘아톰(ATIOM)’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로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언어모델)을 가속화하며 올해 양산에 돌입했다.
아울러 LLM을 겨냥한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도 개발 중이고, 이에 따라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빠르게 상승 중이다.
◇ KT‧SK텔레콤 ‘글로벌 네트워크’ 시너지 기대
리벨리온은 지난 6월 주주간담회에서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깜짝 발표’했다. 합병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리벨리온은 앞선 투자 유치에 더해 덩치를 불리며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피온코리아는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분사된 AI 반도체 기업으로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였고, 지난해 11월 차세대 AI 반도체 ‘X330’을 공개해왔다. 또 최근에는 자율주행, 엣지 서비스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진출과 존재감 확보를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AI 반도체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데 공감한 결과”라고 말했따.
사피온코리아는 SK텔레콤 계열사이고, KT는 리벨리온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2대 주주인 만큼 사실상 국내 양대 통신사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개입된 ‘토종 AI 반도체 기업’의 향후 선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과 실사, 주주 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내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은 지분 교환방식으로 이뤄지고, 합병회사의 경영권은 리벨리온이 가져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합병회사가 등장하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예상 기업가치도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리벨리온은 지난달 상장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공동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