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5대 은행 요구불예금 611조원···전월 대비 27.7조원 급감
‘금리 고점’ 인식 확대···저축성예금 한달 새 19조원 넘게 늘어
5대 은행, 2분기 NIM 하락세···저원가성 예금 축소로 조달비용 상승 압력 커져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한달 새 2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정기 예·적금 등 저축성예금의 잔액은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11조815억원으로 한달 전(638조8317억원)보다 27조7502억원 감소했다. 이는 2023년 1월(-35조9835억원)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650조원에 달했으나 이후 감소세가 나타나면서 7월에는 61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정기 예·적금에 자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향후 수신금리가 낮아질 것을 고려해 금리 하락 전 저축성예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요구불예금에 있던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저축성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945조1122억원으로 전월(925조7608억원) 대비 19조3514억원 증가했다. 저축성예금 잔액이 19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891조1524억원에서 7월 말 909조3806억원으로 18조2282억원 늘어나며 90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말 정기예금 규모가 849조295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60조원 이상의 자금이 정기예금에 몰린 셈이다.

문제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들고 저축성예금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이다. 사실상 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이 많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전체 수신 중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은행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최근 정기예금 잔액 증가세가 본격화되면서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NIM은 평균 1.59%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1.64%) 대비 0.05%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분기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서 조달비용 상승 압력이 작용했다”며 “또한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예대금리 차가 축소됐고 그 영향으로 순이자마진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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