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공급대책, 이르면 이번 주 발표
1주택자 비아파트 매입 시 주택 수 제외 거론
정비사업 기간 단축 방안·3기 신도시 로드맵 포함될 듯
실행되려면 법 개정 필요···야당 협조 관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부동산 정책을 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내용과 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책은 비아파트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기간 단축, 3기 신도시 공급 로드맵 등 다양한 공급 시그널을 통해 집값 상승세를 누르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다만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 문턱을 넘을지도 주목된다.
◇신축 빌라 구매로 다주택자 되더라도 ‘1가구 1주택’ 특례 제공 검토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예고했던 주택공급대책을 오는 15일 전까지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서울 집값이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위주로 많이 올라가고 있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공급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15일 이전에 정부 합동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공급 기간이 3년 이상 걸리는 아파트보다 1∼2년이면 지을 수 있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하는 2027년까지 주택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아파트 공급 대책은 어느 정도 다 나온 상태다”며 “아파트의 보완재인 비아파트 수요·공급을 늘려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1세대 1주택자가 신축 빌라, 주거용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을 추가 구매할 때 종합부동산·양도소득세 특례를 주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주택자에 세제 인센티브를 줘 이들 소형 주택 매입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행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 기본 공제액은 12억원인데, 소형 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경우 다주택자로 전환돼 기본공제액이 9억원으로 낮아진다.
앞서 정부는 1·10대책을 통해 올해와 내년 2년간 준공된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 산입에서 제외해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대상을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공동주택·도시형생활주택으로 제한했다. 또한 1주택자가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제외하고는 양도세·종부세의 혜택은 받을 수 없었다. 이번 대책에선 해당 기간을 확대하고 면적·가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이전에 지어진 기존 소형 주택은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주택 신축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세제 혜택으론 비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다가구·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1만 8332가구에 그치며 전년 동월(2만 8570가구) 대비 35.8%(1만 238가구)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피스텔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부동산개발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오피스텔 준공 물량은 약 5000실로, 전년 대비 1000실 가량 감소했다.
◇재건축·재개발 통합심의 대상 확대···3기 신도시 연도·지역 세분화한 로드맵도 공개될 듯
도심 재건축·재개발 물량 확보를 위한 정비사업 기간 단축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통합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통합심의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도시계획, 건축, 교통 등의 개별 심의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에 추진하면 통상 2년 정도 걸리던 심의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게 돼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그동안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은 통합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중 일부를 통합심의 대상에 포함해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3기 신도시 조기 공급을 위해 토지사용 가능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역시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사용시기는 분양·착공 등이 가능한 시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도로 등 인프라 조성이 모두 끝났을 때 받을 수 있어 착공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다. 이에 조성 공사가 빨리 끝났거나 인근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필지는 다른 곳보다 토지사용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조성공사 발주를 자금계획에 맞춰 진행하는 만큼 계획 내 포함되지 못하면 조성공사가 늦어지는데 이를 미루지 않고 올해 안에 발주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연도·지역별로 세분화한 로드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3기 신도시 5개 지구 등에서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수도권 신규택지 2만가구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관건은 야당의 협조가 될 전망이다. 종부세·양도세 부과 시 1주택자에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은 법 개정 사안이다. 가뜩이나 세수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또다시 감세안을 제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세수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조원 부족한 데다 국회 논의를 앞둔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예상되는 세수 결손 규모도 4조4000억원에 이른다. 앞서 발표한 대책의 국회 통과도 지연되고 있다. 안전진단 규제를 풀는 등 서울 재건축 사업 기간을 최대 5~6년 단축하겠다는 내용의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은 지난 국회서 폐기 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