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기침체로 부실채권 크게 늘어
하반기도 자산건전성 계속 악화될듯
여전한 충당금 부담···실적 '안갯속'

(왼쪽부터) 부산·경남·대구(현 iM뱅크)·광주·전북은행 본점 / 사진=각 사
(왼쪽부터) 부산·경남·대구(현 iM뱅크)·광주·전북은행 본점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상반기 지방은행이 부실채권을 역대급 규모로 처분했다. 지역 경기 침체로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남은 기간에도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지방은행은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 부담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방은행(iM뱅크 포함)의 대출채권 상·매각 금액은 총 9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22억원)과 비교해 약 두 배 늘어났다. 올해 2분기에만 6041억원을 처분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이 상·매각했다. 은행은 부실 등급 채권 가운데 원리금을 더 이상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을 최종 손실처리해 장부에서 삭제(상각)하거나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분한다.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은행별로 보면, 경남은행의 처분 규모가 눈에 띈다. 상반기에 2468억원을 상·매각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다. 부산은행(2523억원)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총자산이 약 20조원 더 큰 iM뱅크(2267억원)보다 더 많이 처분한 것이다. 전북은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난 1426억원을 처리했다. 광주은행은 1120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이 그만큼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의 부실채권이 크게 불어났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대출채권 가운데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0.74%로 일 년 전과 비교해 0.42%포인트 치솟았다. 가장 큰 상승폭이다. iM뱅크도 0.76%로 같은 기간 0.18%포인트 올랐다. 경남은행도 0.06%포인트 오른 0.43%, 광주은행은 0.14%포인트 악화된 0.59%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전북은행은 0.70%로 0.18%포인트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거점 지역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된 영향이다.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0.9%에 달했다.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치솟았다. iM뱅크도 같은 기간 0.26%포인트 크게 악화됐다. 나머지 지방은행도 기업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이 가계대출보다 더 높았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부실채권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부실등급(고정이하)은 아니지만,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에서 3개월 미만 동안 연체된 ‘요주의’ 등급의 대출자산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요주의 대출채권 비율은 1.38%로 일 년 전 대비 0.61%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건전성 개선에 성공한 전북은행도 요주의 여신 비율은 2.26%로 같은 기간  0.56%포인트 뛰었다. 나머지 지방은행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지역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요주의 등급의 대출 가운데 부실화되는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여러 경제지표 상으론 경기 회복의 뚜렷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년부터 미국발(發) 글로벌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7월 미 고용 증가 수가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요 국가의 금융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부실채권이 계속 불어나면 지방은행들의 실적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진다.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전체 대출채권 가운데 손실이 발생할 부분을 미리 파악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항목이다. 지방은행은 지난해부터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이익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방은행들이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충당금이 대폭 늘어난다면 모기업인 지방금융지주가 계획한 대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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