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오는 6일까지 동양·ABL생명 실사 진행
동양·ABL생명, 신상품 출시와 라인업 강화 등 몸값 올리기 주력
안방보험 파산 등 연내 매각 반드시 해야 하는 중국 현지 상황 주목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는 우리금융지주 입장 맞물려 인수가 협상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중국 안방보험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같은 계열사인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에 속도가 붙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실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인수·합병(M&A) 매물로서 몸값 올리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내 매각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안방보험 파산까지 겹친데다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우리금융지주 입장이 서로 맞물려 양측의 인수금액 협약 과정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6일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 6월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과 관련해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주주는 중국의 다자보험그룹이다. 다자보험그룹과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동양생명 지분 75.4%를 보유하고 있고 ABL생명 지분은 다자보험이 계열사를 통해 100% 소유하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의 최대주주는 우리나라의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중국보험보장기금이다. 중국보장기금은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한 뒤 내년에 다자보험그룹을 정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중국 안방보험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분을 매각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금융 부문을 총괄 감독하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최근 안방보험에 대한 파산 절차를 승인했다.

안방보험은 한때 2조 위안(약 38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중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7년 우샤오후이 당시 회장이 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면서 성공 신화는 막을 내렸다. 우 전 회장은 652억4800만 위안 편취 등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고 105억 위안 규모의 개인 자산을 몰수당했다. 결국 안방보험 경영권은 중국 당국에 넘어간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몸값 올리기에 한창이다. 동양생명은 10년 만에 브랜드 광고를 진행한 데 이어 잇달아 신상품을 출시했고 ABL생명도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양사는 대면 영업 채널에서 매출 증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ABL생명은 최근 'ABL THE톡톡튀는여성건강보험' 상품에 ▲무면책 ▲무감액 ▲무갱신 조건을 내걸었다. 보험 계약시 추가로 특약을 가입하면 당일부터 보험금 전액을 보장한다. 80세 고령 유병력자도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가입이 가능하다. 

통상 보험사는 암 보험 가입 개시 후 90일간은 보장하지 않는 면책 기간을 둔다. 향후 보험사 손해율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다수 상품에 면책기간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시장은 이 같은 ABL생명의 판매 방식이 매각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가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ABL생명이 영업력을 증명하기 위해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매각을 반드시 해야 하는 중국 현지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안방보험 파산까지 겹쳐 결과적으로 이른 시일 내 계열사를 정리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이 매각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파산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몸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고 동시에 연내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인수 금액 협약 과정이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절대로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CFO(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지난달 25일 온라인 컨퍼런스콜에서 "보험업 M&A 추진 과정에서 오버페이를 하지 않을 것이며 보험업 진출을 위한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보험사 인수 성사를 가정했을 때 추가 보험사 M&A 계획은 없으며 유상증자 없이 보험사 인수시 당기순이익 개선 등으로 주주환원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쓸 수 있는 자본은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점에서 중국 현지 상황과 우리금융지주 입장이 서로 맞물려 매각가 조율 과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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