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관심속 농막 불법 숙소 악용 증대···정부, 12월부터 농촌체류형 쉼터 허용
“건축허가 불필요, 33㎡ 이내 가능”···화재·환경오염·위장전입 등 대책은 ‘숙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오는 12월부터 농지에 임시 숙소인 ‘농촌체류형 쉼터’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주차장 등 부속시설을 제외하고 연면적 33㎡가 넘지 않으면 건축 허가 없이 농지에 설치할 수 있으며 주택수로 산정되지 않아 부동산 관련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농촌 소멸위기에 대응하고 생활인구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화재 등 재난이나 환경오염 등 부작용 해소는 제도 정착을 위한 숙제로 지적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시 과밀 등 사회 여건 변화로 귀농, 귀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진행한 농업·농촌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민 37.2%가 귀농, 귀촌을 희망하고, 44.8%가 도시와 농촌간 복수거점 생활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 속에 본격적인 농촌이주에 앞서 농촌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임시 거주가 가능한 시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런 현실적 요구를 수용할 시설은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숙박이 불가능한 농막을 불법적으로 숙소로 사용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감사원이 20개 지방자치단체 농막 3만3140개를 전수조사 한 결과 52%(1만7149건)가 불법증축, 불법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귀농, 귀촌 활성화와 농촌생활인구 확산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농촌체류시설 도입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가설건축물 형태의 농촌체류형 쉼터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농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오는 12월부터 농촌체류형 쉼터 설치가 가능해진다. 농촌체류형 쉼터는 본인 소유 농지에 농지전용허가 등 절차 없이 데크·주차장·정화조 등 부속시설을 제외한 연면적 33㎡ 이내로 설치가 가능하며, 숙박도 할 수 있다. 전체 부지는 쉼터 연면적과 부속시설 연면적을 더한 것의 두 배 이상은 돼야 한다. 정부는 내구연한 등을 고려해 최장 12년까지 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촌체류형 쉼터는 가설건축물 형태로 주택법상 비주택이라 양도소득세,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감면받지만 취득세와 재산세는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취득세는 약 10만원 정도이고 제산세는 약 1만원 수준”이라며 “데크와 정화조 등 부속 시설은 건축법 규정에 따라 연면적에서 제외해 실사용 면적을 최대한 확보토록 하고, 주차장도 한면에 한해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농막에 대한 관리 강화책 및 농촌체류형 쉼터 전환 절차도 마련했다. 농막을 농지 대장에 등재토록 의무화하고, 농막이 쉼터 설치 입지와 기준에 맞을 경우, 3년 이내 유예기간을 두고 소유자 신고 등의 절차를 통해 농촌체류형 쉼터로 전환도 허용한다.
정부는 농촌체류형 쉼터가 도시인의 주말체험 영농과 농촌체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농촌인구 확산, 귀농, 귀촌 증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농촌체류형 쉼터가 사람이 거주하는 숙소인 점을 감안할 때 화재 등 재난이나 환경오염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또 기존 농막이 위장전입으로 사용됐던 사례가 농촌체류형 쉼터에서 되풀이될 수 있고, 농촌체류형 쉼터 소유자의 영농활동 여부를 확인하는게 한계가 있단 우려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재지구, 붕괴위험지역,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엄격한 방류수 수질기준 적용 지역은 농촌체류형 쉼터 설치를 제한할 계획”이라며 “위급상황시 소방차, 응급차 등 차량통행이 가능한 도로에 접한 농지에만 설치를 허용하고 화재에 대비해 시설 내 소화기 비치나 단독 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농활동은 주말체험농장이 있으면 쉼터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지법상 영농을 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거기에 작물 재배가 의무적으로 동반돼야 한다”며 “그 부분들은 지자체에서 계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촌체류형 쉼터를 상시거주가 아닌 주말 체험영농 등 임시거주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측은 “전입신고는 농촌체류형 쉼터의 임시거주 개념을 벗어나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나중에 과세 등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