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리버파크·래미안 원베일리 신고가에 시장 깜짝
2020년 패닉바잉 시점부터 잠·삼·대·청에 압·여·목·성까지 토허제로 묶이며 반포쏠림 심화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시장에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남권, 한강변, 신축이라는 주택시장 트렌드 세 요소를 모두 갖춘 단지가 많은 영향이다. 매수세가 강하다 보니 한 건 거래가 된 후에는 집주인이 호가를 2억~3억원씩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돌연 마음을 바꿔 계좌번호를 안주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실거주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반포로의 매수행렬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1~6월 외지인 아파트 매입건수를 보면 반포동이 속한 서초구는 총1583건의 외지인이 매수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기간 외지인의 거래량은 983건에 불과했던 점에 견주어보면 61%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외지인 매입비중이 가장 낮은 종로구(631건)에 비하면 2배 이상 많다.
투자 목적의 외지인이 유입되면서 실거래가도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타게 됐다. 반포의 대장주라 불리는 아크로리버파크 국민평형인 전용 84㎡ 타입은 지난달 말 50억원에 실거래된 사례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공지됐다. 이는 아파트 84㎡ 국민평형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가 거래다. 뒤이어 인근의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역시 지난달 49억80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실거래가에 등재되며 시장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두 단지 모두 강남권, 10년 이내의 신축, 한강조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풍선효과로 해석한다. 집값이 고공행진하며 패닉바잉이라는 말이 처음 나오던 지난 2020년 6월, 서울시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네 곳에 대해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기대감에 따른 투기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옛 한전부지의 현대자동차 GBC 건립, 잠실 MICE(국제업무·스포츠·엔터테인먼트·전시컨벤션),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 대규모 개발사업 여파로 땅값이 급등하고 투기세력이 유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졌다.
이후 21년도 4월에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자유로운 반포동으로의 쏠림현상은 심화됐고, 규제로 묶인 지역이 가격이 눌려있는 사이 반포동만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향후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의 수변 개발과 조망 가치 상승으로 반포권역 입지적 강점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내년 분양 예정인 단군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인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입주 이후 반포권의 위상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의 정비사업 속도와 8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점이 향후 반포의 위상에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재지정된 이상 당분간 반포동의 위상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