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자본증권 1조원 넘게 조달
콜옵션 도래 물량 내년 초까지 1.4조원
동양·ABL생명 인수에 약 2조원 들어갈 듯

서울 명동 우리금융지주 사옥 / 사진=우리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올해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 상환해야 할 자금 규모가 많은 데다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2700억원 규모로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발행 규모와 금리 등은 수요예측 후 정해진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금융당국이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이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에도 계획을 세운 2700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2월, 6월에 영구채를 각각 발행할 당시에도 처음엔 2700억원을 확보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많은 물량이 몰려 모두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이번에 계획한 규모 이상을 조달하게 되면 우리금융은 올해 영구채로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최근 조달 여건은 좋다.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중금리는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많이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12개 기업이 모두 목표 물량을 넉넉하게 초과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이번 우리금융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우리금융이 영구채로 자금을 대거 확보하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달에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이 행사됐다. 이후 10월에 5000억원, 내년 2월에 40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해야 한다. 5년 전인 지난 2019년 1월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것과 동시에 영구채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영구채 상환뿐만 아니라 M&A를 위한 자금도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두 보험사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과 협상 중이다. 업계에선 총 인수가로 2조원 내외가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자본·출자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다만 가격을 지불할 현금이 필요하다. 

금융지주는 M&A를 진행할 때 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 등 내부자금을 활용하지만, 이것 만으론 대규모 딜을 하기엔 부족하다. 2020년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국민은행으로부터 730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후 영구채, 일반 회사채 등을 추가로 발행해 인수가 2조3000억원을 맞췄다. 우리금융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금융이 일반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는 이유도 M&A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은 이달에 총 세 차례 무보증 사채를 찍어 총 3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1500억원은 기존에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상환하는 데 사용되며 나머진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기존 비은행 계열사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만큼 돈을 대거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계획한 신종자본증권 2700억원 가운데 700억원은 계열사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올해 우리저축은행·에프앤아이에 총 2200억원을 내려보낸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채권 시장이 좋기에 우리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채도 추가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우리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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