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열사 실적, '라이벌' 신한 크게 앞서
우리금융은 농협 간신히 제치고 4위 차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아픔을 곧바로 극복하고 올 상반기에 리딩금융 타이틀을 다시 찾아왔다. 보험사업에서 ‘라이벌’인 신한금융지주를 압도한 결과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익(지배지분 기준)은 2조7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ELS 손실 사태로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분기 순익은 1조710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작성해 어느정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KB는 1분기에 신한금융에 내줬던 금융지주 실적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조7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KB가 신한에 약 400억원 차이로 앞선 것이다. 1분기엔 KB가 신한보다 약 2800억원 차이로 크게 밀렸지만 한 개 분기 만에 단숨에 따라잡은 것이다.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익은 1조42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9% 증가했다.
KB손해보험의 효과가 계속 커진 결과다. KB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대형 손보사를 가지고 있다. KB손보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57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급증했다. 이에 KB라이프생명을 포함한 그룹 보험계열사의 전체 순익은 7743억원에 달했다. 반면 신한의 보험계열사의 순익의 총합은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다. 보험 사업에서만 2700억원 가량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실적 3위는 이번에도 하나금융지주다. 상반기 순익이 2조6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실적이 회복한 덕분이다. 하나증권의 순익은 131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세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하나증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최대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4.8% 감소한 1조7509억원을 거뒀다.
4위는 우리금융지주가 아슬아슬하게 4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순익이 1조75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1% 크게 늘었다. 1분기엔 부진했지만 2분기엔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에 1조7538억원을 거둔 NH농협금융지주를 약 16억원 차이로 제쳤다. 올해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소폭 줄었지만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특히 외환·파생 부문의 이익이 약 2000억원 늘었다. 지난해엔 은행 고유계정으로 ELS에 투자하다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올핸 정상적으로 운영한 결과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업지원사업비 탓에 우리금융에 밀렸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의 계열사들이 농협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중앙회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중앙회는 이 돈을 모두 지역농협을 지원하는데 사용한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305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 크게 늘었다. 이를 제외하면 농협금융의 상반기 순익은 1조9687억원이다. 우리금융보다 2000억원 더 많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