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선방하며 대형사 실적 개선세 뚜렷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PF 탓 실적 전망 먹구름
하반기엔 대형사 중에서도 희비 갈리는 사례 나올 수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하나둘씩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과 리테일 호조에 대형 증권사들은 실적 개선세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여전히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 19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한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1899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로써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15% 증가한 4227억원의 순이익으로 마무리 짓게 됐다.

NH투자증권의 이 같은 실적은 당초 우려를 넘어서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 외화 채권과 랩(Wrap) 등의 매출 증대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형 증권사의 실적 개선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KB증권은 지난 23일 실적발표에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178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와 합산하면 37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7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한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KB증권 역시 수탁수수료를 비롯한 리테일 수익 증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 이익 확대가 실적에 큰 기여를 했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대형사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주로 다루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1조205원 수준이다. 이는 8285억원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가량 증가한 규모다.

이들 중 이미 NH투자증권은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섰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흐름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장 순이익 규모가 클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된 증권사는 한국금융지주로 22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리테일이 강한 삼성증권(컨센서스 2211억원)과 키움증권(2030억원)이 넘어설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반대로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상태로 평가된다. 리테일 호조로 실적을 끌어올린 대형사들과는 달리 중소형 증권사는 리테일 기반이 약한 탓이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는 부동산PF 리스크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3일 발표한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PF 자산 중에서 요주의 이하 비율은 42.7%에 육박한다. 요주의 이하 자산이 많다는 것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가 발생한 신탁 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로 그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미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는 사례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3개 신용평가사는 올 상반기 SK·다올투자·케이프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이미 올해 1분기 각각 130억원, 64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희비가 갈리는 사례가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자산에서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어 올해 하반기에는 표정이 다를 수 있다”며 “여기에 리테일이 약한 대형사의 경우 실적 개선세가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