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1분기 이어 2분기도 리딩금융 지위 수성 주목
KB금융, 2분기 사상 최대 순익 달성···신한금융은 26일 실적 발표 예정
1분기 당시 홍콩ELS 배상비용 관련손실 규모로 실적 좌우
일회성 요인 제외된 지주 간 진검 승부···예대마진 증가 속 비은행 부문이 희비 가를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금융 지위를 수성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양 사의 1분기 실적이 홍콩ELS(주가연계증권) 배상비용 관련손실(충당부채) 규모로 갈렸던 만큼 하반기부터는 비은행 실적이 순위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를 필두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2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한다. 먼저 이날 발표한 KB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1조7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했고 홍콩 ELS 손실 배상 관련 충당부채 영향을 받았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65.1% 늘었다.
홍콩 ELS 충격에서 벗어난 은행이 실적을 회복함과 동시에 비은행 부분의 이익기여도가 40% 육박하는 등 은행과 비은행이 고른 성장이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홍콩H지수 상승으로 인한 ELS 손실 배상비용 환입(880억원)과 대손충당금 환입(440억원)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면서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KB금융지주 공시에 이어 오는 25일 우리금융지주, 26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4대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실적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하면서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한 바 있다. 1분기 홍콩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 규모는 KB금융지주 8620억원, 신한금융지주 2740억원, 하나금융지주 1799억원, 우리금융지주 75억원 규모다.
이를 반영한 1분기 순이익은 ▲신한금융지주 1조3215억원(전년 동기대비 -4.8%) ▲KB금융지주 1조491억원(-30.5%) ▲하나금융지주 1조340억원(-6.2%) ▲우리금융지주 8245억원(-9.8%) 순이었다. 이번 2분기에 KB금융지주 순이익이 신한금융지주를 앞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상반기는 물론 연간으로도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양 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부터는 홍콩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 규모가 일회성 요인으로 사라지는 만큼 금융지주가 간 진검 승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으로 이자이익이 지난해보다 일제히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금융지주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만 보더라도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상반기 기준 41%에서 49%로 상승하며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비은행 계열사 4곳(손보, 증권, 카드, 생보)의 당기순이익은 1조3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현재 KB금융·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들 모두 대규모 충당 부채는 있지만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KB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54%, 신한금융은 15.8%, 하나금융은 15.27%를 기록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미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경우 8% 이상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추가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요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일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금융지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4대 금융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3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스포저는 특정 금융회사 또는 사업과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가를 의미한다. 즉 익스포저가 크면 관련 금융회사나 사업 관련 손실 발생 가능 금액이 많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13조4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다음으로 신한금융지주(8조9270억원), 하나금융지주(6조9000억원), 우리금융지주(3조7000억원)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홍콩 ELS 관련 추가 손실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며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변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기반의 비은행 부문에서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가로 실적 우위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말했다.